최저임금 인상, 건설불황 탓
10월에만 1조 넘어 사상최대
올해 지급 총액 10조원 훌쩍
판치는 부정수급에 급여 줄줄
6회 받으면 수급액 50% 삭감
고용보험법 개정안 국회 낮잠
일을 안 하는 실업자에게 지원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가 한 달에 17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반적인 임금 상승과 함께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쳤다. 총 지급액이 매년 10조원을 넘어선 데다 사실상 실업자가 직업인 부정 수급까지 늘면서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인당 평균 구직급여 지급액은 170만4000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0월보다 9만6000원(6%) 늘었다. 매달 구직급여만 받아도 1인 가구 최저 생계비(71만원)의 2배에 달한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도 8만9000명으로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작년 10월보다 12.4% 급증했다. 건설 불황 여파로 건설 일용직 신청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구직급여를 받으려면 급여 신청 이전 18개월간 180일 이상 일했어야 하고 퇴직 사유가 비자발적이어야 한다. 재취업 노력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실제 구직급여를 받은 사람은 5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늘었다.
신청 대비 지급 증가는 덜했지만 총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월 대비 9.9% 늘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구직급여 지급 총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까지 5년째 1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월평균 63만명에게 1조원씩 지급되고 있어 연말까지 총 지급 규모가 1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늘었던 2021년에 12조576억원이었는데 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일을 안 하고 구직급여를 받는 게 조건이 훨씬 좋으니 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구직급여 수급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다"며 "수급 자격이나 요건을 합리적으로 제한해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부담이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직장인과 사업주가 동일하게 부담하는데 고용보험에서 구직급여 지급이 급격히 늘어나자 보험료율이 2022년 7월 각각 0.8%에서 0.9%로 인상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과 구직급여 지급 한도를 올렸는데, 현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러다 결국 또 고용보험료만 올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15~29세)이 늘어나는 이유도 구직급여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은 지난 9월 기준으로 41만6000명에 달한다.
한 전문가는 "그냥 쉬는 청년들 중 구직급여를 받고 있는 청년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행 제도상 수급 자격 취득 기준으로 반복 수급 횟수 제한이 없다 보니 쉬었음 청년이 줄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6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으면 수급액 50%를 삭감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지만 여야 모두 청년층 지지율을 의식하는 상황에서 처리가 불투명하다. 구직급여로 연 10조원씩 새어 나가다 보니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부가 실업급여 계정 유지를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은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예정처는 "공자기금 차입분을 제외하면 내년 말 적립금은 2조675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 / 최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