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에 스며든 푸른 그림…홍콩 가는 조선 청화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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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팔판동 크리스티 코리아에서 관람객이 전시 중인 항아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서울 팔판동 크리스티 코리아에서 관람객이 전시 중인 항아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흰색 바탕에 청초한 푸른색 그림을 올린 청화백자는 조선시대 특권의 상징이었다. 귀한 수입 안료(코발트)를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까지 청화 안료는 대부분 페르시아 지역에서 생산돼 중국을 거쳐 수입됐다. 값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더 비쌌다.

비싼 안료를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는 법. 그림을 그리는 건 도화서(圖畵署)에 소속된 전문 화가인 화원(畵員)의 몫이었다. 그래서 조선 청화백자의 가장 큰 특징은 서정적이면서도 시정(詩情)이 넘치는 수준 높은 그림이라는 점이다.

조선은 왕실과 일부 고위 관료에게만 청화백자 사용을 허락했다. 그럴수록 민간의 돈 많은 집안에서는 청화백자를 구하려고 기를 썼다. 청화백자가 부와 권위의 상징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공급 자체가 제한돼 있어 청화백자를 손에 넣는 민간인은 극히 드물었다. 페르시아의 회청보다 훨씬 값이 싼 서양 안료가 수입된 19세기 들어서야 청화백자가 대중화됐다. 현존하는 청화백자 대부분은 이 시기 제작된 것이다.

그래서 조선 전기 청화백자는 귀하다. 오는 10월 30일 열리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15세기 조선 전기 청화백자 항아리가 고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추정 낙찰가는 1600만~2400만홍콩달러(약 28억3000만~42억4000만원).

한국 고미술 해외 경매 최고가 기록인 66억원(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 ‘철화백자용문’)에는 못 미치지만, 경합이 붙으면 신기록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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