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딱 하나, 점과 점 사이의 거리가 정확히 ‘1cm’가 되는 쌍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점 2개가 있다면 두 점 사이에 선을 그어 한 쌍을 만들 수 있다. 점이 3개라면 세 변의 길이가 모두 1cm인 정삼각형을 만들 수 있어 총 3개의 쌍이 나온다. 점 4개일 때는 마름모 모양을 만들면 총 5개의 쌍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점을 1만 개, 혹은 1억 개로 늘린다면 총 몇 개의 쌍을 만들 수 있을까?
지난 80년간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이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개입 없이 이 난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 ‘완벽한 평면’을 구현하려 ‘평면’을 넘다
평면에 최대한 많은 쌍을 만들기 위해 AI가 선택한 방법은 ‘평면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AI는 평면 격자가 아닌 고차원 공간에 점들을 배치했고, 이것을 압축시켜 다시 평면 위로 투영시키는 ‘고차원 사영’ 방식을 활용했다.
이 때문에 이 점들은 위에서 볼 때 아무런 규칙 없는 무작위한 배열로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정확히 1cm 거리에 위치한 점들의 쌍을 만들어낸 것이다.
● “AI, 수학자의 호기심 증명하는 ‘계산기’ 될 것”
인간이 80년간 풀지 못한 난제를 AI가 풀어낸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로는 AI는 에르되시의 추측을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닌 새 전략을 실험했다는 점이다.
또한 문제를 기하학에만 한정시키지 않은 점도 중요했다. 기존 수학계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발전했는데, AI는 대수적 수론과 이산기하학을 접목해 문제를 풀어냈다.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가장 큰 한계인 ‘체력’이다. 식사나 수면이 필요 없는 AI는 7만5000단어에 달하는 추론 과정을 거쳐 난제를 풀어냈다. 전직 오픈AI 연구원은 이 성과를 도출하는 데 32시간 가량이 들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인간이 하루 최대 집중 가능한 시간은 보통 1시간, 길어도 3시간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수학계에서는 AI의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인간 수학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고 보고 있다. 계산기가 처음 등장해 연산 과정을 극도로 쉽게 만든 것처럼, 수학자들의 호기심을 풀어내는 방향으로 AI가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추론 분야의 전문가인 노암 브라운 오픈AI 연구원은 자신의 엑스(X)에 “알파고 이후 인간 바둑 기사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수학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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