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포럼서 세제개편 공론화…여야·상공인 120여명 참석
강현수 교수 “인구·GRDP·기업 본사 수도권 집중, 구조적 불균형”
토론자들 “세제 인센티브·재정분권·패키지 정책 병행 필요”
최재호·김정태 창원·전북상공협 회장 “지방 생존 문제”
법인세·조특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지방 소멸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비수도권에 대한 ‘법인세 차등 적용’이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과 인재, 자본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구조를 바꾸려면 조세 체계부터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조세를 통한 ‘공간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세제개편 포럼’을 열고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지역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다. 이날 포럼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지역 상공인, 학계·연구기관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해 비수도권 세제 개편 입법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강현수 중부대 교수(전 국토연구원장)는 이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세제개편 당위성’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됐다는 점을 데이터로 제시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과반을 넘어섰고, 2015년 이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은 비수도권을 앞질렀다. 지난 10년간 약 67만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면서 지방의 인구 기반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기업 분포 역시 편중이 뚜렷해, 국내 500대 기업의 77%, 100대 기업의 79%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강 교수는 “좋은 일자리와 핵심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청년 유출과 지역 산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지방은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불균형의 원인으로 ‘획일적인 조세 체계’를 지목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동일한 조건이 아닌데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식적 공평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법인세 차등 적용의 당위성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됐다. 우선 헌법이 규정한 국가균형발전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경제적 효율성으로,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수도권보다 성장 여력이 있는 비수도권에 세제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잠재 성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통합이다.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지 못할 경우 갈등 비용이 커지는 만큼 조세를 통한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토론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현장의 문제의식이 이어졌다. 김지혜 한국여성벤처협회 전북지회장은 “청년 유출은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세제 인센티브는 기업의 투자 결정을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박근우 경북연구원 전문위원은 “지역에 앵커 기업 하나가 자리 잡는 것은 산업 생태계 형성의 출발점”이라며 세제 차등화와 연구개발·금융·인력 정책을 결합한 패키지 전략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재정 구조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낙후 지역일수록 법인세를 더 많이 배분하는 차등공동세 도입을 통해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며 “세제 개편은 감세가 아니라 재정 분권과 연계된 구조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희진 중도일보 부국장은 “비수도권 세제 차등 적용은 결국 수도권 중심 구조를 어떻게 설득하고 넘어설 것인가의 문제”라며 “정파를 초월한 정치권 공조와 지역사회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영 국립창원대 교수는 “법인세 감면 대상과 범위, 근로소득세 감면 적용 기준 등을 명확히 해야 정책 효과와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제도 설계의 정교함을 당부했다.
포럼에 앞서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비수도권 상공인들의 절박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의 공장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법인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김정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은 “수도권 집중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 실패의 결과”라며 “비수도권 세제 개편은 무너진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호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은 “지금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단순한 세제 개편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비수도권 기업과 청년들에게 ‘여기서도 미래가 있다’는 신호를 주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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