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의원, 불공정거래 세미나 주최
입증책임 완화·과징금 선부과 도입 주장
부당이득 산정 불가 땐 벌금 상한 상향 제안
“금감원 강제조사권·AI 탐지 시스템 필요”
국내 자본시장에서 여전히 반복해서 벌어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놓고 금융당국, 학계 등 전문가들로부터 불공정거래 제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 세미나에선 범죄 수익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행 법 체계를 뜯어고쳐, 징역형과 벌금의 산정 기준을 범죄자의 ‘부당이득’이 아닌 ‘투자자 피해 총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주가조작은 시장의 핵심 기능인 가격 결정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히고 종국에는 자본이 시장에서 떠나게 만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로서 이날 나온 제언들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승범 코스콤 경영고문(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상무)은 이차전지 테마를 악용한 무자본 M&A 및 허위공시, 불법 공매도 등 최근 적발된 불공정거래의 뼈아픈 실태를 고발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불공정거래 혐의통보 중 미공개정보이용 비중이 43.5%(2023년)에서 59.2%(2025년)로 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보고의무위반 등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고문에 따르면 무자본 M&A를 이용한 주가조작 실사례에서 작전세력이 챙긴 부당이득은 약 269억원인 반면 고점 대비 시가총액 증발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실질적 피해액은 2289억원에 달했다.
이 고문은 범죄자의 기대수익이 처벌 위험보다 월등히 높은 현행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7대 근절 대책을 제시했다. 핵심은 징역형과 벌금 부과 기준을 개편하는 것이다.
부당이득 산정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벌금이 5억원에 그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벌금 상한액을 대폭 상향하거나 상한 규정 자체를 삭제하고 시장 교란과 투자자 피해 총액을 기준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별 주문 단위의 엄격한 입증 책임에서 벗어나 시장 교란 흐름 중심으로 불법성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주가조작 전력자가 다시는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상장사 및 금융회사 임원 선임을 영구 제한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준의 퇴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위기와 감시 체계의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이영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코스닥이 코스피 9000 돌파 국면에서도 지난 8일 기준 785포인트까지 밀려나며 시가총액 비중이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단일종목 ETF 출시 이후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각각 26%, 44%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닥 신뢰회복을 위한 4가지 전제조건으로 조사권 강화, 제재·환수 강화, 감시·조사역량 확대, 코스닥 역량 지원을 제시하면서 미국·독일·일본과 달리 한국은 통신조회권과 자산동결권을 보유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코스닥 시장이 테마주와 작전주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허위 공시와 횡령, 배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중소기업의 공시 역량을 돕는 공시대리인 제도 및 중소형주 애널리스트 리포트 발간을 지원하는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조사 당국의 권한 강화와 신속한 제재 절차의 필요성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의 연방금융감독청(BaFin)이나 미국의 SEC처럼 금융감독원에도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압수수색 권한 등 강제조사권을 부여하여 텔레그램 대화 등 초동 증거를 확보할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불공정거래 사건은 심리에 68일, 조사에 286일, 수사에 393일, 재판에 약 12.9개월이 소요돼 전체 처리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증권관련집단소송이 도입된 지 21년이 지났지만 제기 건수는 18건에 불과하다며 한국형 페어펀드 같은 별도의 피해 구제 기구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원의 엄격한 인과관계 입증 요구로 인해 범죄 수익 환수가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 SEC의 ‘합리적 추정’ 모델을 차용하여 피고인에게 부당이득 반박 책임을 전환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속도전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이승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불공정거래 사건 조사·수사가 “속도전”이라며 촘촘한 시장감시로 신속히 혐의를 적출하고 증거인멸 전에 압수수색으로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신고 접수 건수가 거래소 대비 5.6배에 달하지만 정작 시장감시 담당 인력은 9명에 불과하다며 인력을 2배 이상 확충하고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난 4월 도입된 금감원 인지수사권을 활용해 행정조사에서 특별사법경찰 수사로 이어지는 원스톱 처리 체계를 구축하면 수사 착수 시점을 2~3개월 앞당길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승우 부원장보는 부당이득을 산정하지 못해 처벌이 무력화된 대표 사례로 검찰이 징역 15년과 벌금 2조6600억원을 구형했음에도 1심에서는 부당이득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법정 상한액인 벌금 5억원만 선고된 사건을 들며 부당이득 산정방식 정비와 반복 행위자에 대한 시장 영구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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