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잘나가는 K방산,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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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잘나가는 K방산,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다

최근 국제 안보 환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으로 불안정하다. 세계 각국은 국방비를 확대하면서 방위산업을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으며 ‘K방산’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방위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예산 확대를 넘어 지식재산권(IP) 관리에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방위산업에서 창출된 기술 성과와 IP는 국가 단독 소유가 당연시됐다. 이는 안보와 보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였으나 민간기업의 참여 유인을 저해하고 기술 확산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2021년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을 제정해 ‘공동소유’ 제도를 도입했다. 민간이 기여한 연구개발 성과를 정부와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실제 공동소유가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차세대 발사체(KSLV-3)를 둘러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지식재산권 귀속 분쟁은 현행법의 불확실성과 절차적 모호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방위산업의 IP 공동소유 제도는 민간 참여와 기술 혁신 촉진이라는 본래 취지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동소유를 원칙으로 확립하고, 예외의 인정은 구체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미국은 ‘바이돌법’(Bayh-Dole Act)을 통해 민간 소유를 인정하되 공익 목적에서 정부 개입을 허용한다. 일본은 공동소유 시 기업 동의 없이 제3자 활용을 허용하고, 프랑스와 이스라엘은 연구자가 권리를 보유하되 정부가 사용권과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택한다.

또 앞선 분쟁 사례에서 보듯 제안 요청 단계에서부터 공동소유 적용 여부를 명확히 하고, 이어지는 계약(협약)에서 권리관계를 정교하게 설정함으로써 공동소유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 성과물의 권리 귀속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발명자 권리와 정부 실시권의 범위, 제3자 이전 조건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해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 주도적 폐쇄 구조를 벗어나 민간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공지능, 무인 전투체계, 사이버 무기 등 첨단 무기체계 개발은 민간 기술과의 융합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공동소유를 통해 성과물을 사업화하거나 글로벌 시장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유인을 강화하고, 공동소유를 권고가 아닌 원칙으로 하되 예외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국방과학연구소법’이 연구소 발명을 단독 소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제도의 불일치와 경직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방위산업 IP는 단순한 권리를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전략 자산이다. 공동소유의 내실화야말로 K방산이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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