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후보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백현동 관련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후보는 2021년 방송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과 해외 출장에서 같이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 “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또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올해 3월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발언이 ‘인식’ 또는 ‘의견 표명’에 불과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이에 대해 대법원은 김 전 처장과의 골프 의혹 관련 이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며 이를 무죄로 본 2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골프 관련 발언은 일반선거인들이 ‘피고인이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봤다. 또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성남시는 자체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압박은 없었다”며 “피고인은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노태악 대법관은 선거법 사건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회피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12명이 판결에 참여했다.
사건 접수 34일 만에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빨리 결론을 낸 것과 관련해 법조계는 조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임기 초부터 선거법 재판 관련해 공직선거법의 강행 규정인 ‘6·3·3 원칙’을 강조했다. 선거범에 대한 재판은 1심에서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종료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선고를 내려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기환송심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후보의 피선거권은 유지된다. 파기환송심 결과는 대선 전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선 후보 자격 논란이 제기되는 등 이 후보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외에 위증교사, 대장동 개발 특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이 후보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며 “중요한 건 법도 국민의 합의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 보고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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