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기업 활동을 위축하는 과도한 형사처벌 등을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추진해온 경제형별 합리화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형사처벌을 과징금과 과태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재 실효성을 높이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존 개선안까지 재검토에 들어가면서다.
이대로라면 올해 9월까지 경제형벌 규정 30%를 정비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배임죄 폐지 및 대체입법 논의도 지지부진해 연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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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이미 발표한 670개 규정 정비도 처벌 수위 상향 검토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6000여 개 규제 가운데 약 1800개 경제형벌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나 3차 발표 이후 작업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9월과 12월, 올해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670여 건의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이후 이 대통령의 지시에 전환 작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차 보고를 받은 후 ‘벌금을 과징금이나 과태료로 전환할 경우 동일 금액으로 매긴다’는 법제처의 지침보다도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발표한 1~3차 합리화 방안부터 소급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공공임대주택 관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정부는 관리비 징수·사용 등의 서류 및 회계장부와 같은 증빙자료를 보관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징역형 없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바꿀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에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최대 형량을 두 배 늘렸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존 벌금을 최대 2배, 3배의 과징금·과태료로 전환하는 류의 일률적인 지침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1~3차 합리화 방안은 법적 정합성을 따져 처벌 수위 상향 여부를 다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형벌 발굴부터 검토 ‘프로세스’도 재설계
정부는 향후 내놓을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 마련 과정도 재설계에 돌입했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가 법제처의 과징금 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먼저 과제를 발굴해오면 재경부와 법무부, 법제처가 검토해 확정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를 아예 통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관리하는 규제·형벌을 다시 처음부터 따져보려면 어떠한 프로세스가 효과적일지 부처들끼리 논의하고 있다”며 “이달 중 새로운 프로세스 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처벌 수위를 비롯해 합리화 방안 마련 과정 등 전반적인 재조정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9월 내 경제형벌 30% 개선’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다. 속도를 올리더라도 향후 입법 작업에서 소요될 시간까지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다. 정부 관계자는 “수량적인 목표에 집중하기 보다는 ‘제재조항이 생긴 이유와 의미, 예방 효과 등을 치밀하게 보고 부처간 협의하라’는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경제형벌 합리화 조치의 핵심으로 꼽히는 배임죄 폐지 및 대체 입법 논의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최근 형법·상법상의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재산관리범죄에 관한 처벌 특례법’(가칭)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6·3지방선거 후 공청회를 열고 연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야당의 반대를 넘어야 하는 난제가 예고돼 있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선거결과에 따른 후폭풍과 하반기 원구성 논의 등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처리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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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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