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방패'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1992년 박상천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보좌진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30여년 간 쌓아 올린 인맥으로 정평이 난 마당발이다. 21대 대선에선 이 후보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으로서 당 안팎의 완충 역할을 도맡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1968년 전남 고흥 출신이다. 광주석산고와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정경대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대학생 시절 민주화 투쟁으로 두 차례 구속된 이력이 있다. 졸업 이후 건설영업직으로 일하다가 공권력의 부정부패 관행을 목도했다고 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치권에 입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후보와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고정 패널로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하면서다. 당시 민주당 계열 친안(친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김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던 이 후보와 언쟁이 붙는 일이 잦았다. 김 사무총장은 "이 후보와 비록 당적은 달랐지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젊은 정치인으로 눈여겨봤다"고 회상했다.
이듬해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후보가 상담하러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낙선하면 두고두고 피곤하고 힘들다. 굳이 어려운 지역구에 나서지 마라"고 조언했다. 결과는 이 후보의 서울 노원병 출마 선언.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체급을 자랑하던 안철수 의원과의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결과는 이 후보의 패배로 끝났다. 득표율 31.32%로 안 의원(52.33%)에 비해 크게 밀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지켜본 김 사무총장은 '이 친구 큰일 한번 내겠다'고 직감했다. 이러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조성됐다. 안 의원과 이 후보가 바른미래당에 합류하면서 '이준석 최고위원-이철근 당 대변인' 관계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둘은 한동안 각자의 길을 걸었다. 김 사무총장은 안 의원을 따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창당에 합류했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안 의원이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하자 오 후보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같은 기간 이 후보는 노원병에서 2018년 재·보궐선거, 2020년 21대 총선 등 삼수를 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김 사무총장은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부터 친이준석계로 전환한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던 이 후보가 김 사무총장한테 전화를 걸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30대 정치인이 거대 양당의 대표를 맡는 것은 헌정사상 전례가 없던 일. "형님(김 사무총장)이 여의도 언론 '통'이지 않나, 도와주시라"는 이 후보의 말에 김 사무총장은 망설임 없이 응했다고 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이 후보의 당 대표 선거 운동 과정은 '3무(無)'였다. 선거 사무실도, 유세 차량도, 문자메시지 홍보도 없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채택. 나경원·조경태·주호영·홍문표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결국 당 대표에 당선됐다.
이준석 당 대표 당선자의 정무실장을 지낸 김 사무총장은 이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과정에 함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의견 충돌로 이 후보가 김용태 의원, 박유하 선임비서관 등 청년 정치인들과 지방을 유랑하던 시절. 곳곳에서 날아오는 항의 연락에 대응하는 일은 '맏형'인 김 사무총장의 몫이었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나는 젊었을 적 군사 독재에 저항하다가 감옥을 두 차례나 다녀왔다. 여기서 더 큰일이라도 일어나겠나'고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당시 내 말이 동료들한테 큰 힘이 됐다고 한다"고 했다.
21대 대선에서는 이준석 후보 선대본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다. 선거 본부 간 입장을 조율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방패 역할을 자처한다. "내 걱정은 말고 소신껏 정치하시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지낸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처음 안철수 의원을 따라나섰을 때 그는 대한민국 양당 분열을 해결할 '메시아'처럼 보였다"며 "이제 청년 정치인 이준석에서 그 모습을 본다"고 했다.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
△1968년 전남 고흥 △광주석산고-중앙대 경제학과 △중앙대 정경대 학생회장 △새정치전략연구소장 △바른미래당 대변인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 △개혁신당 사무총장 △21대 대선 이준석 후보 종합상황실장
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