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해 13조 5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써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던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실제 소비 진작 효과가 투입된 재정의 20%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폰으로 지급된 금액의 80%는 원래 지출하려던 필수재 등에 쓰이면서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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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됐을 당시 광주 북구 두암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 광주북구) |
한계소비성향 0.20…“80%는 원래 쓰려던 곳에”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제적 효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쿠폰의 ’한계소비성향(MPC)‘은 0.20으로 추정됐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전체 쿠폰 사용액 중 정부 지원 덕분에 ’새롭게 유발된‘ 신규 소비의 비율로, 1인당 10만원의 소비쿠폰을 받았을 때 실제로 소비를 늘린 금액은 2만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당시 지급된 소비지원금의 효과 관련 연구에서 제시된 MPC는 0.19~0.42로, 지난해 소비쿠폰의 소비 진작 효과는 팬데믹 소비지원금 효과의 하단 수준이다. 1·2차 소비쿠폰의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는 0.12%로 추산됐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나 여가용품 같은 내구재·준내구재 품목에서는 신규 소비 유발 효과가 비교적 컸던 반면, 식품·교육·의료 등 필수재 성격이 강한 비내구재 품목에서는 쿠폰이 기존 지출을 대체하는 경향이 강해 실제 소비 진작 효과가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분석 결과 소비쿠폰 사용처로 지정된 영세 소상공인 사업장의 월평균 매출액은 비사용처 대비 약 2.91%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합산한 사용처의 추가 매출 증대 효과는 약 2조 8000억원으로, 신용카드 지급액(9조 1000억원)의 약 30.9%가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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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한국은행) |
소득 낮을수록 효과 커…“지원대상·사용처 선별 필요”
한은 연구진은 소비쿠폰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지원대상과 사용처를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소득수준별 서베이 결과를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의 한계소비성향(MPC)은 소득 하위 20%에서 0.25로, 소득 상위 20%에선 0.17로 저소득층에서 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이 주어졌을 때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일수록 기존 지출을 대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선 매출 증대 효과가 거의 없었던 반면 비수도권(6.37%)과 인구감소지역(5.51%)은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하정석 조사국 과장은 “지역별 매출 증대 효과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크게 나타난 점은 소비쿠폰 정책이 수도권 이외 지역을 집중 지원하는 데 유효한 정책 수단임을 시사한다”며 “향후 소비쿠폰과 유사한 정책을 시행할 때 정책시점, 차등지원 방식, 사용처 등을 정밀하게 설계하면 경제적 효과를 보다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생산성 제고와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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