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늘었는데… 술값 지출은 9%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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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소비 7년만에 최대폭 감소… 1분기 가구당 월평균 1만3257원
“술자리 대신 커피 약속 주로 잡아”… 젊은층 중심 건강중시 문화 확산
술 구매,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장환 씨(31)는 2년 전만 해도 퇴근 뒤 동료들과 주 2, 3차례 술을 마셨다. 올해 들어서는 회식 때 맥주 1, 2잔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마시지 않는다. 잦은 음주가 수면의 질은 물론이고 다음 날 업무 집중도까지 떨어뜨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에는 건강 관리와 운동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며 “술자리 대신 커피 약속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술값 지출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식 문화가 달라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가구당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257원으로 1년 전보다 9.0% 감소했다. 물가 영향을 제외하면 2019년 분기 통계 개편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2023년 4분기(10∼12월)부터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전체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술 소비만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462만8718원으로 1년 전보다 0.4% 늘었고, 전체 실질 소비지출은 262만2099원으로 3.1% 증가했다. 소득과 소비가 모두 늘었지만, 술값 지출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명절이 있는 분기에는 통상 술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도 약해지고 있다.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명목 지출 기준으로도 술 소비는 감소세다. 올해 1분기 주류 명목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7.5% 줄어 8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50대 가구가 10.2% 줄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60세 이상 가구 6.9%, 39세 이하 가구 5.7%, 40대 가구가 5.1% 감소했다. 젊은 층에 속하는 39세 이하 가구도 5개 분기 연속 술값 지출이 줄고 있다.

과거 술 소비가 많았던 대학생도 술을 줄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 윤지완 씨(23)는 “친구들과 만날 때도 술집보다 카페나 식당을 먼저 찾는다”며 “술자리에 가더라도 하이볼 한두 잔만 마시고, 다음 날 수업이나 아르바이트 일정에 맞춰 일찍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한 번 마실 때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시는 폭음 문화도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 폭음률은 33.8%였다. 성인 100명 중 약 34명이 한 달에 1번 이상 남성은 소주 7잔, 여성은 소주 5잔 이상을 마셨다는 뜻이다. 월간 폭음률은 2023년 35.8%까지 올랐지만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몇 년 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는, 이른바 ‘갓생(God+生·생산적이고 부지런히 산다는 뜻)’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술 마시는 문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음주 소비는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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