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올여름 유럽을 찾는 관광객은 ‘폭염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낮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고 밤에도 더위가 식지 않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유명 관광지마저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폭염을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재난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체코, 폴란드 등 곳곳에서 기온이 40도를 웃돌며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독일에서는 41.7도, 체코에서는 41.9도, 폴란드에서는 40.5도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지역은 밤에도 기온이 30도 가까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21일 이후 폭염으로 인해 유럽에서 1300명 이상이 평소보다 더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초과 사망’이라고 하는데, 평소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뜻입니다. WHO는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릅니다. 태풍이나 지진처럼 눈에 띄는 파괴의 흔적을 남기지는 않지만,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염의 원인은 ‘열돔’ 현상입니다. 열돔은 강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거대한 뚜껑처럼 지면 가까이에 가둬두는 현상입니다.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햇볕에 달궈진 열이 계속 쌓여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집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까지 더해졌습니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과거에는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던 극심한 폭염이 이제는 거의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폭염은 사람뿐 아니라 도시 전체를 멈춰 세웠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 관광지인 에펠탑은 한낮 운영 시간을 줄였고, 루브르박물관도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타워브리지와 왕립천문대 등이 임시 휴관했고,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도 취소됐습니다.
폭염은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와 헝가리의 일부 원자력발전소는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강물의 수온이 너무 높아지자 발전 출력을 낮추거나 가동을 멈췄습니다. 철도도 멈췄습니다. 독일에서는 철길이 뜨거운 열에 휘어지면서 일부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스웨덴에서는 선로가 변형돼 화물열차가 탈선하기도 했습니다. 도로 역시 뜨거운 열 때문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팽창하면서 갈라지는 곳이 속출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포강의 물이 크게 줄어 바닷물이 강 안쪽으로 18㎞나 들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가 생기고 습지 생태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유럽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세계 식량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만하임대와 유럽중앙은행(ECB)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25년 지난해 유럽의 폭염으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최소 430억유로(약 75조원)로 추산됩니다. 관광객 감소와 농작물 피해, 전력 공급 차질, 노동 생산성 저하 등이 한꺼번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폭염은 매일 반나절씩 파업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충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후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2003년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약 7만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에는 ‘100년에 한 번 있을 재난’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WHO는 유럽이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으며, 과거 한 세대에 한 번 나타나던 폭염이 이제는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단순히 ‘더운 날씨’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도시를 더 시원하게 만드는 녹지 확대, 냉방시설 확충,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 전체가 함께 대비해야 하는 새로운 재난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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