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정부와 국회 정쟁이 빚은 '임투세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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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을 처음 약속했다. 2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산업정잭2.0 전략을 발표하면서, 7월에는 기재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연장 방침을 재확인했다. 8월 추석 민생안정대책에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안이 담겼다.

기업들은 정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정작 기재부는 7월 내놓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해당 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뺐다.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많이 내놓은 만큼 의원 입법으로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제실을 중심으로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분위기가 확실히 바뀐 건 11월 들어서다. 여야가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상향하는 ‘K칩스법’을 처리하기로 하면서 일반 제조업의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에선 대기업을 빼기로 한 것이다. 국회 기회재정위원회 관계자는 “K칩스법 시행에 따른 내년 세수 감소 규모가 크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 축소를 정부 측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약속대로 세액공제가 연장됐다면 대기업에 돌아갔을 9308억원의 혜택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혜택마저 무산된 건 사흘 뒤인 11월 29일 더불어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하면서다. 합의가 끝나지 않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도 함께 본회의로 넘어간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넘긴 내년 세법개정안 중 민주당이 반대하지 않는 법안들만 본회의로 넘어갔다. K칩스법과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관련법은 정부안이 아니라 의원 발의 법안이라는 이유로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달 10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된 세법 개정안에 해당 법안들이 제외된 이유다.

국민의힘 소속인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의원입법을 논의해보자”며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의 연내 합의 처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찬성했지만, 민주당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 논의는 이미 끝났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요구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정부가 받아들이면 세제 관련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감지된다. 연말까지 시한이 열흘 남짓 남은 점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산적한 정치 현안을 감안하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은 쉽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부의 소극성과 국회의 정쟁이 합쳐져 빚은 촌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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