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아트 오앤오’ 개막
에스더쉬퍼·페레스프로젝트 등
세계적 화랑 엄선작 대거 출품
미술계 라이징 스타 신작부터
블루칩 작가 걸작까지 한자리
무라카미 다카시 설립 화랑 등
한국에 첫 진출 갤러리도 8곳
다음달 세계적인 화랑들이 서울에 집결한다. 상반기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글로벌 아트페어인 ‘아트 오앤오(ART OnO)’에 대표작을 펼친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술계 라이징 스타들의 신작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팝 아이콘 줄리언 오피, 독일 표현주의 작가 안드레 부처 등 블루칩 작가들의 걸작까지 엄선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근 불황으로 작품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지금이 좋은 작품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미술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아트 오앤오는 오는 4월 10일 VIP 프리뷰 개막을 시작으로 13일까지 4일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태국 등 세계 20여 개국의 41개 갤러리(화랑)가 참여하고 이 가운데 절반인 20개가 해외 갤러리다. 에스더쉬퍼, 마시모데카를로, 두아르트스퀘이라, 페레스프로젝트 같은 글로벌 화랑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본 팝아트 거장인 무라카미 다카시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카이카이키키와 미국 뉴욕·벨기에 브뤼셀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니노마이어 갤러리 등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갤러리만 8곳에 달한다.
첫해부터 남다른 기획력으로 ‘MZ 컬렉터가 만든, 세상에 없던 아트페어’로 이름을 알린 아트 오앤오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 대형 아트페어들의 운영 공식을 탈피했다. 보통 아트페어는 100~200개 갤러리 부스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단순 나열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적인 작품 판매 위주로 행사가 치러지다 보니 관객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거나 미술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기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반면 아트 오앤오는 매년 40개 안팎의 갤러리만 초청해 각 부스를 ‘전시장 속 전시장’처럼 널찍하게 배치하는 한편, 지금 뜨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 위주로 부스를 꾸미도록 했다.
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 갤러리 비중을 높여 다양성을 확대했다”며 “가격 접근성이 좋은 젊은 작가들 작품의 비중이 높지만, 이멀징(emerging·신흥) 작가들과 블루칩 작가들 작품을 두루 조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페어 기간 특별전과 작가의 작업실이나 서울 시내 미술 명소를 방문하는 투어, 어린이 체험 행사, 도슨트 등 특별 프로그램도 아트 오앤오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다. 관객이 현재의 아트 신(scene)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아트 오앤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참가 갤러리들의 주요 출품작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서울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 중인 에스더쉬퍼는 유일한 전속 한국 작가인 전현선의 ‘Untitled’(2024)를 포함해 독일 작가 사라 부크너, 아프리카계 원주민 혈통의 캐나다 출신 작가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영국 작가 사이먼 후지와라 등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을 소개한다. 에스더쉬퍼 설립자인 에스더 쉬퍼 대표는 “전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작업에 사용하는 모티브는 굉장히 국제적이어서 어느 문화권에서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면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순수한 잉크와 광물에서 얻은 색소로 페인트를 혼합해 작업하는 부크너의 작품은 반투명한 색들이 겹겹이 쌓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달빛 아래 실루엣을 드러낸 여성의 몸을 그린 파슨스의 출품작 ‘Peaceful witness of sorrow Ⅲ’(2023)는 추상화된 도시 풍경을 나타낸다. 후지와라의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의 잘린 머리를 묘사한 황금 단두대 귀걸이 세트’(2019)는 프랑스 혁명 시기 판매됐던 장신구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2m 높이의 현대미술 조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포르투갈의 대형 갤러리인 두아르트스퀘이라는 신진 작가와 블루칩 작가들 작품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서울스퀘어 미디어파사드의 ‘걷는 사람들’로 유명한 줄리언 오피의 인물 조각 연작과 안드레 부처가 2022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회화 대작이 포함됐다. 특유의 위트 있는 회화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 작가인 넬 브룩필드, 톰 하우즈, 닉 젠슨과 영국 왕실령 건지섬 출신 아이작 리스고, 미국 작가 페트라 코트라이트 등 20·30대 작가들의 신작을 소개한다.
윤한경 두아르트스퀘이라 서울 대표는 “보통 아트페어에 나가면 부스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차라리 갤러리 전시에 집중하는 편이 나은데, 아트 오앤오는 확실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아트페어라 올해도 참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독일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는 최유정 작가의 회화 2점과 캐나다 출신 작가 브라이언 코코스카의 회화 1점을 선공개했다. 1994년생인 최 작가는 지난해 아트 오앤오를 통해 페레스프로젝트와 처음 협업한 작가로, 지난해 출품작 2점이 모두 개막 전 선판매돼 화제를 모았다. 섬세한 붓질로 건축물 내부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화폭에 담아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올해도 ‘Windows to Nowhere II’(2024)와 ‘Behind You, I Exist’(2024) 등을 선보인다.
올해 처음 한국에 진출하는 니노마이어 갤러리와 카이카이키키 갤러리 등도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나란히 소개한다. 니노마이어 갤러리는 베틀로 직접 직조한 색면으로 평면 작품을 만드는 미국 작가 이선 쿡의 ‘Snatched’(2023)를 비롯해 전통적인 여성상의 틀을 깬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아온 미국 작가 얀슨 스테그너와 ‘사이코 형상화’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 작가 니컬라 타이슨, 현대미술을통해 성의 개념을 재정의한 캐나다 출신 작가 드보라 드루이크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카이카이키키는 일본 작가 ‘ob’ ‘오타니 워크숍’ 등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글로벌 화랑인 마시모데카를로는 한국계 미국 작가 마크 양의 ‘The Fall of the Damned’(2023)를 비롯해 미국의 풍경화 작가 존 매캘리스터와 공대 출신 이탈리아 작가 파올라 피비, 중국 작가 왕위양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독일 갤러리 징크는 베트남의 젊은 여성 작가 판타오응우옌과 스페인 작가 신타 비달의 작품을 선보이고, 일본의 유서 깊은 화랑인 도미오 고야마 갤러리는 일본 작가 10여 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펼친다. 그 밖에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술타나, 대만 타이베이의 아르테민 갤러리, 호주 시드니의 갤러리 쇼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니카(NIKA) 프로젝트 스페이스, 일본 도쿄의 마시코&로젠 등 평소 가까이서 보기 어려운 화랑들의 작품을 아트 오앤오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이번 아트 오앤오에는 아라리오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2, 갤러리 바톤, 지갤러리, 기체, 서정아트, 피비갤러리, 백아트, 디스위켄드룸 등 국내 주요 갤러리들도 참가한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사는 사람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며 “그림을 좋아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지금의 미술 시장은 과열된 시장에선 나한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잘 골라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