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함 더한 사발렌카, US오픈 2연패… '하드코트 여왕'등극

5 days ago 4

입력2025.09.07 14:35 수정2025.09.07 14:35

사진=AFP

사진=AFP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총상금 9000만달러·약 1250억원) 2연패에 성공했다. US오픈 여자 단식 2연패는 2014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11년만의 기록이다.

사발렌카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어맨다 아니시모바(9위·미국)를 2-0(6-3 7-6<7-3>)으로 꺾었다. 이날 우승으로 사발렌카는 앞서 두번의 메이저에서 준결승에 그친 아쉬움을 설욕하며 우승 상금 500만달러(약69억4000만원)을 품에 안았다.

왼쪽 팔뚝에 새긴 크게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사발레나는 182cm의 장신에 힘이 넘치는 플레이로 유명하다. 시속 190㎞대 강한 서브와 포핸드로 상대를 압박하며 득점 뒤에는 큰 소리로 포효하며 코트의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사진=AP

사진=AP

감정기복도 크다. 지난 1월 호주오픈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미국)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라켓을 의자에 내리꽂아 박살내는 모습이 생생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 6월 프랑스오픈 준결승 뒤에는 "코코 고프의 승리는 내가 모든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며 고프의 우승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달 뒤 윔블던 대회 4강에서 탈락한 뒤, 사발렌카는 잠시 라켓을 놓았다. 올 시즌 내내 세계랭킹 1위를 지켰지만 정작 메이저 타이틀은 번번히 놓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 탓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서며 사발렌카는 "올 시즌 내내 일어난 모든 일을 돌아보고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 결승전이 열린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는 미국인인 아니시모바를 응원하는 관중으로 가득했다. 특히 아니시모바는 윔블던 4강전에서 그에게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했다.

사진=REUTERS

사진=REUTERS

하지만 사발렌카는 동요하지 않았다. 2001년생 아니시모바의 강공에 침착한 수비로 맞선 사발렌카는 실책 수에서 15-29로 절반 정도만 기록하는 안정감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의 팀이 코트에 걸어둔 "압박감은 특권이다(Pressure is a privilege)"라는 문구처럼, 사발렌카는 결승전에서의 압박감을 끝내 이겨냈고, 챔피언으로 다시 한번 우뚝 섰다. 이날 승리로 그는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100승 달성과 함께 2023년과 2024년 호주오픈, 작년과 올해 US오픈 으로 '하드코트의 여왕'임을 증명해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사발렌카는 "지난 두 번의 결승전에서처럼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며 "또다시 우승을 놓칠뻔한 위기가 몇번 있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계속 집중하고 계속 도전하자'고 끊임없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오늘 내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아니시모바를 위로하는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결승전에서 패배하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하지만 저를 믿으세요. 지금 겪는 아픔이 있기에 곧 있을 당신의 우승을 더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