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2026 … 춘투가 쏘아올린 비용인상 인플레
삼전닉스·현대차 성과급 요구
대기업 전체 5년 임금 인상분
韓 임금상승 속도, 日의 두배
"생산성 담보없인 물가만 자극
성과급보다 투자 더 늘려야"
노동계의 5월 '춘투(春鬪)'가 올해 한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분기는 수출·고용과 같은 주요 지표가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유가 압박과 대규모 임금 인상 요구가 물가를 크게 자극할 전망이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제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추가 임금 인상을 부르는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투자 재원을 인건비로 소진하게 되고, 가계도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효구매력 하락으로 소비를 줄이는 과정을 겪는다. 생산비용이 올라 물가가 치솟는 이른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3개 기업 노조는 내년도 성과급으로 총 73조원 규모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0~2025년 5년간 국내 대기업 전체 임금 상승분인 78조원에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길이 열리면서 기업 부담은 한층 커졌다. 기업들은 배당 확대 등 자본시장 정책에 대응하는 가운데 원청·하청 인건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반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 상승이 다시 임금 인상을 부르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는 최저임금 등으로 인상 속도를 조절했지만 지금은 그런 정책적 완충장치가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1980년대 후반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987년에는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노동쟁의가 3749건 발생했다. 이에 따른 임금 인상은 전 산업으로 확산했고, 생산비 증가를 통해 물가를 압박했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물가 국면에서 임금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저물가 시기 대비 약 2배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던 1970~1980년대에는 임금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중국의 부상과 글로벌 공급망 확대로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되며 이러한 경로는 다소 약해졌으나, 2020년 팬데믹 이후 다시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2022년(5.1%)과 2023년(3.6%)에도 임금 인상이 물가를 추가로 자극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염려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구매력 평가(PPP) 기준 한국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일본을 압도했다. 상용 근로자를 기준으로 한국은 2011~2024년 64.4% 상승한 데 비해 일본은 절반인 34.2%에 그쳤다.
2026년 춘투가 1980년대와 다른 점은 양극화다. 과거의 투쟁이 자본과 노동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 속에서 전 노동계의 보편적 임금 인상을 목표로 했다면, 현재의 춘투는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상층 노동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하층 노동자 간 격차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임금 인상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 상승은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부처들은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 주도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기업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완화해 외부 자금 유치를 확대하는 대신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 내부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자금이 성과급으로 소진되는 구조를 투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지방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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