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정책금융 축, '자금 공급'서 '전략 투자'로…AI·공급망 주권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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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로 메가프로젝트 지원…민간 자본 견인 촉매제
기반 기술부터 소재·인프라까지 패키지 지원…성과 창출이 관건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국민성장펀드의 이번 승인안은 정책금융의 무게중심이 단순 기업 지원에서 국가 전략산업 투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원 대상은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AI컴퓨팅 인프라,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설비, 반도체 핵심 소재다. 민간 투자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지만, 산업 주도권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선제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핵심은 '소버린 AI'다. AI 산업은 인프라,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이 가운데 파운데이션 모델은 AI 서비스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특정 해외 모델과 인프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데이터 주권, 산업 보안, 서비스 확장성에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업스테이지에 직접 지분투자를 결정한 것은 국내 독자 모델을 키워 AI 생태계의 핵심 연결고리를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업스테이지 투자는 단순 벤처 투자 성격에 그치지 않는다. 업스테이지는 기업용 거대언어모델(LLM)과 도큐먼트 AI를 기반으로 금융, 해운,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솔라 오픈'처럼 일반 이용자도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일반 사용자 접점도 넓히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고품질 데이터 확보, 모델 고도화, 포털 연계 등을 추진하면 한국어 특화 AI 성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국가 AI컴퓨팅센터는 AI 산업의 물리적 병목을 해소하는 장치다.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는 막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계, 연구기관, 벤처·중소기업은 비용 부담 탓에 충분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남 해남에 들어설 센터는 GPU·NPU 등 첨단 AI 반도체 1만5000장 이상을 기반으로 산학연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국산 NPU의 실증 테스트베드 역할도 맡는다. 이는 외산 GPU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기반 투자다.

이차전지와 반도체 소재 지원은 공급망 안정화 성격이 강하다. 퓨처그라프가 생산할 구형흑연은 음극재 제조에 필수적인 중간재다. 현재 글로벌 공급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어 배터리 공급망의 취약 고리로 꼽힌다. 새만금 생산 기반 구축은 원료·중간재·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국내 밸류체인 내재화에 의미가 있다. 후성의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증설 역시 반도체 소재 국산화와 직결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에스티젠바이오 지원이 눈에 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4년 327억달러에서 2035년 72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티젠바이오는 증설을 통해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한다. 대형사가 대응하기 어려운 다품종 소량생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견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육성 효과도 기대된다.

국민성장펀드의 성패는 앞으로 자금 집행 속도보다 실질 성과에 달려 있다. AI 모델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운영 효율과 민간 수요 확보, 이차전지·바이오·반도체 소재는 실제 양산 경쟁력과 고객사 확보가 관건이다. 정책금융이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에 그치지 않고 산업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지가 향후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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