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로라면 저희는 벌써 강남에 빌딩 몇 채는 올렸어야 한다고요. 밖에서는 수억 원씩 꽂히는 ‘돈 잔치’라고 부러워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 아닌걸요.”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 모 씨(37)는 최근 쏟아지는 성과급 기사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역대급 실적에 따른 보상액이 예고됐지만 정작 이 씨의 머릿속엔 ‘상급지 갈아타기’의 꿈보다 늘어난 세금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는 “요즘 뉴스에 하도 성과급 몇십억이란 소리에 다들 ‘로또’라도 맞은 줄 알지만 절반 가까이가 세금으로 잘려 나간다”며 “당장 이번 달부터 늘어난 건강보험료로 받는 월급은 오히려 줄었다”고 털어놨다.
“통장엔 ‘스쳐 지나갈 뿐’”…세금 폭탄에 분할 지급까지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규모를 두고 산업계·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했으며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보다 높은 15% 수준의 환원을 요구하면서다.
올해 초 지급된 2025년 실적 기반 성과급은 기본급의 2964%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년 역시 업황 회복에 따라 더 큰 규모의 보상이 예상되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당장 ‘집 살 돈’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성과급의 80%를 그해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주는 분할 지급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상·하반기 목표 달성 시 주어지는 생산성 격려금(PI) 또한 최대 기본급의 150% 수준으로 예고되어 있으나 이 역시 한꺼번에 손에 쥐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라는 시선과 달리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전용 84㎡)의 평균 매매가는 약 28억6190만원으로 서울 평균(11억9476만원)의 2.4배를 웃돈다. 강남구(233%), 송파구(181%) 등 주요 자치구 역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강남권 대다수 아파트는 15억 초과시 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4억원으로 제한된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한도가 2억원 내외로 사실상 전액 현금을 동원해야 하는 구조다. 고액 성과급이라 해도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만으로는 단기간에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강남권 집값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 4월 넷째 주 자료에 따르면 서초구(0.01%)는 10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송파구(0.13%) 역시 오름폭을 확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에서 가격을 움직이는 건 평균 수요가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낙관론자다. 결국 유효수요자 가운데 자금 여력이 있으면서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결정한다”면서도 “지금은 대출 규제와 높은 가격대로 고액 성과급을 받는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강남’ 대신 ‘셔세권’…용인·동탄 등 반도체 벨트 거래 활발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 반도체 근로자들의 시선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셔세권(회사 셔틀버스 노선 인접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실거주 목적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 올해 용인 기흥구의 매매 거래량은 2470건으로 전년 동기(1129건) 대비 118.7% 급증했다. 화성 동탄 역시 2805건으로 128.9% 증가하며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부동산 서비스 집품 관계자는 “ 1분기 용인 기흥과 화성 동탄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영통과 평택, 이천 등 반도체 벨트 전역에서 거래량이 우상향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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