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면 쓰레기 몸살…주범은 술-영양제 과대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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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난감 세트는 포장상자 안에 빈 공간이 너무 많네요.”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 과대포장을 단속하러 나온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한눈에도 가벼워 보이는 포장 상자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과대포장 기준에 따르면 완구류와 같은 종합제품은 포장 상자 내 빈 공간이 전체의 25% 이하여야 한다. 정부는 이렇게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제품의 생산업체에 과대포장 검사 성적서를 요구한 뒤 위반 수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시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과대포장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서울시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과대포장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명절을 치르고 나면 선물에 달려 온 포장 쓰레기가 골칫덩이다. 환경부가 추석 연휴 기간 쓰레기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 2021, 2022년 13만t 수준에서 2023년 19만8000t으로 급증했다. 반면 업계의 과대포장 관행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2020년 7%였던 과대포장 적발률은 2023년 2.7%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4.5%로 다시 올랐다. 이날 단속에 동행한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대형 업체들의 적발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중소규모 업체들이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단속 현장에서는 주로 주류와 완구, 영양제 코너에서 과대포장 적발률이 높다. 주류의 경우 본품에 술잔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세트에서 과대포장 의심 제품들이 나온다. 이날도 술잔의 아래 위로 빈 포장공간이 지나치게 많은 주류 세트가 위반 의심 품목으로 적발됐다.

서울시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과대포장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서울시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과대포장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내용물에 비해 용기가 너무 큰 영양제도 단속 대상이다. 건강기능식품의 포장공간 비율은 15% 이하로, 육안으로 보기에 가득 채워져 있어야 알맞게 포장된 제품이다. 공단 관계자는 “거의 매년 단속에 걸리는 ‘상습 위반 업체’는 포장 설계를 바꾸는 데도 돈이 드니 그냥 과태료 부과를 선택하기도 한다”며 “제품을 모양에 따라 올록볼록하게 감싸는 블리스터 포장 방식을 활용하면 포장 비용도 아끼고 단속에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양은 여전히 증가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에 평균적으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9년 5만7961t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2022년에는 6만3119t을 기록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 양도 같은 기간 1.09kg에서 1.2kg로 늘었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의 소비량 대비 재활용률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포장재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종이의 소비량은 2020년까지 8000t대였지만 2021년 9327t, 2022년 9080t으로 늘었다. 반면 재활용률은 2021년 38.7%, 2022년 44.1%로 절반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폐합성수지류로 분류되는 플라스틱의 재활용률도 2022년 57.5%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설 연휴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내달 3일까지 생활폐기물 수거 및 처리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고속도로와 휴게소, 국립공원 탐방로에선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한다.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폐기물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연휴 기간에도 폐기물을 수거한다.

김고응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과대포장 된 물품을 구매하게 되면 폐기물 배출량이 많아져 소비자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소비 단계에서부터 포장이 과한 제품을 피하거나 친환경적인 소재로 포장된 상품을 구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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