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수급 차질에 관심
원유 값 압도적으로 싸 ‘반칙 재료’… 전쟁만 끝나면 석유화학으로 회귀
전문가들 “전환 못하면 위기 반복”
바이오원료 등 대안… 비용 2∼5배

대부분을 중동산 석유 증류 과정에서 얻는 필수 화학 원료 ‘나프타’ 수급에도 비상이 걸리자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19일 과학계에 따르면 석유 기반의 나프타를 당장 대체할 만한 상용 기술은 미비한 상황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이나 바이오플라스틱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비용 효율적 측면이나 생산성에서 나프타를 대체할 정도의 상용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 원료·에너지 다변화에 초점나프타는 석유를 증류할 때 나오는 탄소(C) 5∼10개 크기의 분자들을 말한다. 열을 가해 분해하면 산업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이 나온다. 이를 중합하면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용품의 필수 재료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이 만들어진다.
나프타 등 원료가 부족해질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분해해 원료 수준으로 되돌린 후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재활용이 가장 쉬운 접근법이다. 문제는 플라스틱의 강도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첨가되는 다양한 성분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워 원료 회수율이 낮다는 점이다.
고강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자원순환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에서 나프타 회수율은 50% 미만”이라며 “수거된 플라스틱에 다양한 오염물질이 묻어 있어 실제로 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 원료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석유 기반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폐식용유 등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시도도 있다. 바이오 항공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나프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1년에 50만 t가량 배출되는 폐식용유의 양을 생각하면 기존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대체하기에는 원료 수급 제약이 매우 크다.태양광, 풍력 발전으로 만든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반응시켜 화학 원료를 합성하는 ‘e퓨얼(fuel)’도 지속 가능한 대안 기술로 주목받는다. 원자로에서 생산된 전기나 폐열도 활용 가능하다. e퓨얼 상용화 과제는 비용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보부터 원료 합성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고 공정도 지금보다 더 최적화돼야 한다는 평가다.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탄소연구센터는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활용해 각종 탄소화합물의 원료가 되는 올레핀 생산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론상 전체 올레핀 생산량의 약 3분의 1까지 대체 가능하지만 상용화를 위해 지금보다 약 200배 규모의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산업 적용 가능 시점은 불명확하다.
● “당장 경쟁력 없다고 도외시하면 위기 반복”
바이오 분야에서도 기존 석유화학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꾸준하지만 마찬가지로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 용매 등 최종 화학물질을 나프타 없이 바이오 원료로 직접 만드는 접근 방식이 주로 쓰인다.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바이오 기술로 플라스틱을 못 만드는 게 아니라 가격으로 못 이기는 것”이라며 “원유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반칙 재료’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바이오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기존 석유화학 공정 대비 2∼5배 비싸지만 생분해성 쓰레기봉투 같은 경우 정부가 권장한다면 즉시 도입할 수 있고 바이오 원료만으로도 나일론 계통의 고강도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유가가 오르면 바이오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원유 수입이 정상화되면 다시 석유로 돌아간다”며 “바이오플라스틱의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산업을 죽이면 다음 위기 때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정 규모의 생산 인프라를 꾸준히 가져가야 한다”며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나 공공조달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현욱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있었지만 중동으로 수입처를 돌리는 대응을 했을 뿐”이라며 “필수 의약 물질과 바이오 제품을 스스로 제조하고 비축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임정우 동아사이언스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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