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폐원전까지 '영끌', 韓 송전망도 구축 못해…뒤처지는 AI '電의 전쟁'[에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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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의 ‘에너지 자립’ 선언
인프라 고립 시달리는 K-AI

  • 등록 2026-04-20 오전 6:11:30

    수정 2026-04-20 오전 6:14:11

[이데일리·이데일리M 공동기획] 인공지능(AI) 3강 실현의 승부처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산업의 동맥인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원전을 앞세워 기저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고질적인 인프라 장벽에 가로막혔다. 전기를 사서 쓰던 소비자가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플레이어’로 진화하는 격변기 속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한국전력의 요금 고지서 한 장에 기업의 명줄이 달린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다.

MS가 전력 공급 계약을 맺은 스리마일섬 원전.(사진=연합뉴스)

AI가 불러온 ‘전력 인플레이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1000TWh(테라와트시)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일본의 1년 치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다. 글로벌 전력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3.6%로 예상된다. 지난 10년 평균 성장률과 비교해 50% 높은 수치다.

국내 상황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9년까지 새로 들어설 데이터센터 732곳에서 49GW(기가와트)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수요만 따지면 15GW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 전력 공급 능력이 110GW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의 원활한 가동을 기대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올해 격화된 이란과 미국의 전쟁은 전력난을 가속하는 기폭제가 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산업연구원은 정유·전력 등 에너지 부문에서 시작해 화학·금속·운송 등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충격이 확산하며 제조업 부문 비용 상승 압력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일찌감치 ‘에너지 자립’을 택했다. 2024년 MS가 폐쇄됐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와 맺은 ‘20년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소형모듈원전(SMR)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와 7기 도입 계약을 맺고 2035년까지 500MW 규모의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처럼 원전 복원 추세가 확산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에 계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조기 달성과 발전 비중 20% 이상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가스 중심의 열에너지를 재생열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형 원전은 10년, 그나마 구축이 쉬운 SMR도 건설에 5년이 드는 만큼 AI 인프라를 조기 안착하려면 원전밖에는 답이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런 분위기라면 우리나라도 월성 1호기를 빠르게 재가동해야 한다. 30년 가동하고 10년을 더 쓰기는 했지만 외국은 60년도 쓴다”며 “당장 전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경제성이 없다고 해도 석탄보다 싸다”고 말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사진=네이버)

수도권 쏠림·님비에 가로막힌 한국

수도권 전력 공급은 이미 포화 상태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 나를 송전망 건설은 이른바 ‘님비 현상’으로 불리는 지역 갈등에 부딪혔다. 일례로 한전은 호남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기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인데, 충청권 주민들은 ‘지방의 에너지 식민지화’를 반대하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정치권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을 내세워 해법을 찾고 있다. 분산법의 핵심은 전력 생산지 인근의 전기요금을 낮추고 수요처가 몰린 수도권 요금을 높이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이다. 하지만 업계는 요금 할인 혜택보다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 시 감수해야 할 숙련된 IT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나 네트워크 지연 시간 증가 등에 따른 기회비용이 훨씬 크다고 평가한다.

법안들이 현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 AI 생태계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인 한 기업의 관계자는 “중동 전쟁에 따른 타격이 당장 체감되는 수준은 아니다. 중장기 전력 수급과 관련해 현재 별다른 계획은 없다”며 “완공 전에는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에너지 자립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와 전력 수급 방안을 고민하는 한국. (사진=AI 나노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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