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에 외환시장 출렁이자…대응방안 모색나선 기재부

4 days ago 3

입력2025.06.11 17:19 수정2025.06.11 17:1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기획재정부가 불어난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에 대응하기 위한 외환정책 설계에 나섰다. 이들 서학개미의 운용 자산이 올들어 1조달러(약 1400조원)를 돌파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 폭도 커지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늘어난 서학개미가 환율에 미치는 상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적정환율인 '평균환율'도 추산할 계획이다.

12일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한국 및 주요국의 국제수지와 환율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최근 늘어난 서학개미가 환율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이와 대응한 적정한 외환 정책을 도출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1분기 말보다 2000억달러 이상 증가한 1조840억달러로 나타났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내국인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에서 갚아야 하는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을 말한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큰 폭으로 불어난 것은 한국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불어난 결과다. 올 1분기 말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자산은 1억1118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 말보다 11.8%(1065억달러) 증가했다.

서학개미의 투자가 늘면서 '외환 안전판'으로 통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이 불었다. 그만큼 대외건전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서학개미가 되레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보유한 원화를 달러 등으로 환전하면서 환율을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넉넉한 순대외금융자산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제 역할을 하려면 경제위기나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내 거주자들이 보유한 해외자산을 팔고 국내 자산을 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자산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완화된다. 하지만 경제위기나 금융위기가 번지는 시점에는 통상 안전자산인 달러가치는 강세를 보인다. 그만큼 위기 상황에서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해외자산을 매각할 유인이 크지 않고, 국내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외환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도 상당하다.

기재부는 순대외금융자산이 많은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서학개미가 환율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여기에 여러 변수도 가정해 우리나라의 '균형환율'도 추산한다. 균형 환율은 현재 경제 수준에서의 적정 통화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원·달러 균형환율을 1351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서학개미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균형환율 등을 파악하고 종합적이고 입체적 외환 정책을 산출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최근 미국과의 환율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더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원화절상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수급환경과 균형환율 분석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외환 수급 구조변화와 자본이동 양상, 균형환율의 경로를 전망하고 원·달러 환율 변동의 양상을 예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