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8개 지역구 의원 중 6명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자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잠실 아파트 보유가 논란이 되면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현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 상당수는 의정활동을 위해 평일에는 서울에 거주한다. 하지만 여의도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인 서울에 살면서 지역구 외 동네에 자가를 둔 경우는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똑똑한 한 채’를 선호한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월 공개된 제22대 국회의원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병기 원내대표를 포함한 6명이 지역구에는 전세로 거주하면서 강남 3구에 자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중심인 김 원내대표는 서울 동작구갑에서 2016년부터 3선을 지냈지만, 지역구에서는 10년 가까이 전세로 살고 있다. 반면 송파구 잠실의 장미아파트는 꾸준히 보유 중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전현희 의원은 지역구가 서울 중구·성동구갑이지만 서초구 서초동의 ‘래미안서초에스티지에스’를 소유하고 있었다. 인접 지역구인 중구·성동구을의 박성준 의원도 배우자 명의로 서초구 서초동 ‘한빛삼성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의원 모두 서초구에 자가를 두고, 지역구에는 전세로 살고 있었다.
서울 금천구가 지역구인 최기상 민주당 의원(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강남구 일원동의 ‘목련타운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를 약 9억 원에 전세를 주고, 본인은 금천구 내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강서구갑의 강선우 의원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2022년 배우자가 공동 상속받은 물건이다. 관악구갑의 박민규 의원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타워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소유 중이며, 지역구 내에서는 시세 1억2000만 원 규모의 오피스텔 11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18명이 강남 3구에 자가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기준 20명이었으나, 임광현 전 의원은 국세청장으로, 강유정 전 의원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원직을 사퇴해 현재는 18명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강남 사랑’이 더 두드러졌다. 강남 3구에 자가를 보유한 국민의힘 의원은 33명이었다. 박덕흠 의원이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한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는 현재가액이 56억7200만원으로, 단일 아파트 기준 최고가였다. 지도부 중에서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도 대구에서 전세살이를 하면서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개혁신당의 이주영 의원도 배우자 명의로 송파구 재건축 단지인 ‘잠실르엘’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