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초여름의 기운이 완연하다. 카페 테라스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디지털 노마드인 나는 회사나 미팅 장소 근처 카페를 자주 찾는다. 늦은 오후에도 야외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인적 활기가 넘치는 도심 풍경처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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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피스 건물들이 즐비한 야경 모습(사진=픽사베이) |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가 제공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업무·상업용 건물 거래액은 1조 7693억 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167.9% 급증했다. 거래 건수 역시 118건으로 전월(97건) 대비 21.7% 증가했다. 이는 부진했던 연초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는 반전의 신호탄이다.
특히 수도권 공장·창고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2025년 2월 전국 공장·창고 거래는 498건, 거래액은 1조 836억 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43.1%, 77.9%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서는 더욱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며, 거래액이 전월 대비 각각 92.7%, 277.2% 급증했다.
◇대형 거래 재개, 시장 활력의 이정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목할 점은 1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의 재개다. 중구 삼일대로의 대신파이낸스센터(6620억원)와 청계천로 크리스탈스퀘어(2068억원) 등 대어급 거래가 성사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로 인해 업무용 빌딩 거래액은 전월 대비 무려 774.6% 급증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대형 거래의 재개는 부동산 시장의 체감 온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마치 산 정상의 눈이 녹기 시작하면 계곡으로 물이 흘러내리듯, 대형 거래의 물꼬가 트이면 중소형 물건 거래로도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투자 심리 개선의 촉매제
시장 활기의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2025년에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돼 오피스 대어가 거래되며, 시장 회복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는 부동산 투자 수익률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이고, 레버리지 비용을 낮춰 투자 심리를 개선한다.
공장·창고 시장의 강세도 주목할 만하다. 물류, 제조업 회복세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확 늘었다. 이러한 실물 경제 지표의 개선은 부동산 투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과 데이터의 역할
다만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과 여전한 고금리 영향으로 시장 활성화 지속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RA와 같은 데이터 플랫폼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RA는 약 6200개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매매, 개발 등 전 주기 데이터를 제공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의사결정 기반을 제공한다. 단순히 과거 거래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사와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RA를 통해 투자 검토 시간을 최대 75% 단축하고, 수익률을 7%까지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글로벌 투자사의 아시아 부동산 투자 책임자는 “우리는 눈을 감고 한국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보며 의사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의 힘은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한층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분석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돼 투자자에게 넓은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 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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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사진=알스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