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마을버스가 심각한 인력난으로 고사 위기에 처하자 마포구와 구로구, 동작구 등 각 자치구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기사 확보와 양성에 나섰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처우 격차로 인해 마을버스 기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발생한 배차 간격 지연과 주민 이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15일 마포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부터 마을버스 운수종사자에게 분기별 3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한다. 지원 대상은 마포구 마을버스 업체에 재직 중이며 한 분기 동안 50일 이상 실제로 근무한 기사들이다. 마포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마을버스 업체 수가 두 번째로 많고 등록 대수도 106대에 달해 인력난이 주민 불편으로 직결되는 지역이다. 구는 지난해 11월 조례를 개정해 보조금 지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마을버스는 구민 일상에 필수적인 수단”이라며 “이번 지원금이 인력 이탈을 막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로구와 동작구는 직접 기사를 양성하는 ‘기사 학교’ 운영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로구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이론과 실습 교육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1종 대형면허를 소지한 40세 이상 구민 26명을 선발해 실제 운행 역량을 교육한다. 동작구 역시 올해 24명의 교육생을 선발해 양성 교육을 진행한다. 동작구는 지난해 교육생의 83.3%가 실제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확보된 인력을 흑석고 등굣길 노선인 동작21번에 우선 배치해 배차 간격을 20분에서 12분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구들이 이처럼 직접 예산을 들여 ‘기사 모시기’에 나선 배경에는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의 운영 체계 차이에서 기인한 고질적인 인력 유출 구조가 있다. 서울 시내버스 민간 업체가 운영하되 지자체가 노선 관리와 적자를 보전하는 준공영제다. 시내버스 기사는 연봉 평균 6000만원 안팎으로, 안정적인 급여와 1일 2교대 근무를 보장받는다. 사실상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다. 반면 마을버스는 여전히 업체가 수익을 책임지는 민영제 성격이 강해 처우가 시내버스의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기사가 되기 위한 경력 쌓기용 ‘징검다리’로 전락했다. 시내버스 기사가 되려면 통상 1~2년의 대형버스 운전 경력이 필요한데, 신규 기사들이 마을버스에서 이 기간을 채운 뒤 곧바로 시내버스로 이직하는 패턴이 고착화된 것이다. 실제 서울 시내 마을버스 등록 차량 중 10% 이상이 기사가 없어 운행하지 못하는 ‘유령버스’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력 부족은 곧장 배차 간격 증가로 이어져 출퇴근 시간대 주민들은 20~30분씩 버스를 기다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마을버스조합과 합의해 버스 1대당 하루 재정지원 기준액을 약 48만원에서 51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는 물가 상승분과 유류비 등을 고려하면 기사들의 임금을 시내버스 수준으로 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마을버스 업체의 회계 부정이나 보조금 유용 등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투명한 경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의 단기적 지원을 넘어 마을버스의 준공영제 단계적 편입이나 인력 양성 체계의 공적 관리 등 구조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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