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매설된 하수관로의 약 30%가 반 백살을 넘긴 초고령 하수관으로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종로, 용산, 성북, 영등포구 등 지역에서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 비중이 40∼50%대에 달했다.
15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서울 하수관로 총연장 1만866㎞ 중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3300㎞(30.4%)이며 30년 넘은 하수관로는 6028㎞(55.5%)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경과년수가 30년 이상이면 노후 하수관으로 분류한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50년 이상 된 하수관 비중은 종로구가 5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용산구(48.5%), 성북구(47.7%), 영등포구(45.7%), 마포구(45.4%), 구로구(43.5%), 성동구(42.2%) 순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하수관 비율은 종로구(66.3%), 도봉구(66.2%), 용산구(65.2%), 영등포구(63.6%), 서초구(63.2%) 등 순이다.
노후 하수관은 땅 꺼짐(싱크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수관의 틈이나 균열로 인해 스며나온 물이 땅속의 흙을 쓸어가면서 빈 공간이 생겨 땅이 내려앉는 원리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총 867건 중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경우는 394건(45.4%)으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원인으로는 다짐(되메우기) 불량(18.0%), 굴착공사 부실(9.8%), 기타 매설물 손상(7.0%), 상수관 손상(4.8%) 등이었다.
서울시는 싱크홀 예방을 위해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를 활용한 지하 공동 탐사를 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한다. 다만 GPR은 지하 2m까지만 검사가 가능해 주요 위험 요소인 노후 하수관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시는 매년 약 2000억원을 들여 노후 하수관로 100㎞가량을 정비하지만 노후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본래 투입하는 하수도 특별회계 예산 외에 재난관리기금 등을 활용해 교체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선미 의원은 "매일 시민들이 출퇴근하는 도로의 안전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하수관로 정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