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비추는 은빛 도시를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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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빛을 '실버'로 재해석한 구지윤의 개인전 '실버'가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으며, 21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작품들은 도시의 이미지와 시간성을 탐구하며, 특히 '균열을 따라 읽기'와 '빈티지' 같은 대작은 인간의 존재와 그 이면을 반영한다.

구 작가는 "실버는 반사한다"며, 과거의 빛을 되돌려 주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을 살려내는 작업의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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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윤 한예종 교수 개인전
6월 7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구지윤 '균열을 따라 읽기'. 아라리오갤러리

구지윤 '균열을 따라 읽기'. 아라리오갤러리

도시의 빛은 흔히 회색으로 상징된다. 수직으로 우뚝한 무채식의 콘크리트와 끝없이 연결된 눈앞의 아스팔트, 그리고 주변 어디를 돌아봐도 빼곡한 페인트 때문이다. 회색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의 심연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모호하고 또 무기력하다. 흑도 백도 아닌 색감 때문인지 이곳에선 선도 악도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구지윤의 캔버스에서 도시는 회색이 아니라 '실버'다. 회색은 빛을 무력화하지만 실버는 맞닿은 표면에 빛을 반사하기에 다르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구 작가의 개인전 '실버'는 도시의 빛 실버를 재해석해낸다.

'도시로부터 추출한 인상을 추상회화의 언어로 번안'해온 21점의 작품을 16일 살펴봤다.

갤러리 1층 우측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150호 작품 '균열을 따라 읽기'는 구 작가가 말하는 실버의 정서가 강렬하게 표현된 회화로 읽힌다.

캔버스엔 건물, 식물, 인물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회색이 빛을 무화시키는 반면, 실버는 빛을 반사한다. 이 때문에 시간성이 개입된다. 빛이 도달하고 다시 그 빛이 반사되는 찰나의 시간 말이다. 지워지는 것, 상실되는 것, 소멸해가는 것에 가닿는 구 작가의 작법은 '이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남겨지는 것은 무엇인가'란 시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1층 정면의 300호 초대형 작품 '빈티지'는 색감이 다소 다르다. 살구색에 가까운 도시의 인상은 노을빛으로 물든 풍경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작품의 곳곳은 여전히 실버다. 물감이 축적되고 선이 그어지고 점이 찍히면서 캔버스 속 도시는 이 세계의 거울처럼 완성돼 간다. 그 거울의 모든 건 우리 자신의 반영인 것만 같다.

갤러리 지하 1층에 전시된 작품도 '각각의 실버'를 간직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작품의 제목에 눈길이 가는데 어지러운 붓질과 작품 제목을 대조하는 재미가 있다. '녹슨 피부' '벽 틈에 숨겨진 메모' '장면 A'와 같은 제목이 그렇다.

구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실버는 반사한다. 과거의 빛을 받아 되돌려 보내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으로 순간적으로 되살려 놓는다"고 설명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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