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서버 기록을 관제하는 로그 분석 산업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호황을 맞았다. 삼성전자, LG유플러스 등을 고객사로 둔 미국 로그 분석 업체인 수모로직이 데이터센터를 두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2033년 약 2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로그 분석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국내 보안 기업들도 가세했다.
“한국에 데이터센터 둬 규제 대응”
지난 30일 조 킴 수모로직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이달 초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마련했다”며 “한국의 데이터 규제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수모로직은 컴퓨터 정보가 오간 기록인 로그를 시각화해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AI 비서인 ‘빅스비’, 하이브 자회사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 LG유플러스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수모로직의 로그 분석 서비스를 쓰고 있다.
로그 분석 기술은 교통 흐름을 파악하는 내비게이션과 비슷하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개발, 운영, 보안 중 어느 영역이 이상한지를 파악할 때 이 기술이 쓰인다. 생성 AI 보급에 따라 로그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IT 기업들은 로그 분석 없이는 서비스 운영을 효율화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 7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문제로 야기된 IT 대란도 업계에 로그 분석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모로직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두기로 결정한 데엔 규제 준수 과정에서 생긴 어려움을 해소하려 한 측면이 크다. 기존엔 국내 로그를 해외에서 처리하다보니 규제 상 해외 전송이 안 되는 개인정보들을 고객사가 직접 로그 데이터에서 발라내야 했다. 개인정보 전문인력이 없는 기업으로선 로그 분석 서비스를 도입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킴 CEO는 “한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면 서비스 응답 속도도 빨라진다”며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공급해 데이터 급증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사가 사업 주기에 따라 로그 데이터의 양이 달라지더라도 서비스 규모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수모로직의 설명이다.
시스코, IBM 등 각축...국내사도 참전
세계 로그 분석 시장은 지난해 시스코가 280억달러(약 37조원)에 인수한 스플렁크를 비롯해 IBM, 수모로직, 맥아피, 팔로알토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다. 시장조사업체인 커스텀마켓인사이츠는 이 시장 규모가 올해 71억5000만달러(약 9조4400억원)에서 2033년 179억7000만달러(약 23조7300억원)로 2.5배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모로직은 생성 AI 기술을 적용해 복잡한 코딩 없이 자연어로 로그를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한국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업체와도 협업을 추진한다. 킴 CEO는 8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태생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던 문자인 한글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라며 “한국 시장의 추세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로그 분석에 특화한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로그프레소, 이너버스 등이 로그 관리 도구를 공급하는 가운데 시큐레이어, 이글루코퍼레이션, 파수 등이 보안 운영에 쓰이는 로그 분석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송주영 LG유플러스 서비스플랫폼빌드그룹 연구위원은 “로그 분석 서비스로 사내 수백 개 서비스에 흩어져 있던 로그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통합 관리 덕분에 엔지니어 간 기술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는 효과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