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4〉더혼데쿠터르 ‘벽 위의…’
자연상태 생명체 그 자체로 묘사
18세기 라파엘리 작품에도 영향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벽 위의 다이애나원숭이와 하늘을 나는 네 마리의 새’는 유럽 동물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멜히오르 더혼데쿠터르(1636∼1695)의 작품이다. 라파엘리를 비롯한 여러 후대 작가들이 동물을 그릴 때 그의 그림을 참고했다고 여겨진다.
더혼데쿠터르는 과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버드 피스(bird piece)’ 장르의 대가였다.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부터 야생 새, 이국적인 새 등 온갖 조류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깃털을 풍부한 색감과 섬세한 붓질로 표현했다. 개나 양, 소 등 동물을 그리는 데도 탁월했다. ‘벽 위의 다이애나원숭이…’ 속 새와 원숭이는 마치 건드리면 움직이기라도 할 듯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작가는 동물화를 그리던 아버지와 유명 화가인 삼촌 얀 밥티스트 베이닉스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의 작품 속 동물들은 자연 상태의 생명체 그 자체로 묘사됐다. 과거 원숭이가 주로 술에 취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으로 그려져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인 것 등과는 다르다. 더혼데쿠터르는 생동하는 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데 매진했다고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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