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2주 만에 시험대…시장 안정 최우선 과제는 [李정부 부동산 향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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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주택 공급 절벽과 금리 인하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경닷컴은 상하편에 걸쳐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부동산 시장 상황과 향후 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해본다.

서울 아파트를 바라보는 시민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를 바라보는 시민 사진=뉴스1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메시지다.

서울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공급 부족과 세금으로 좁혀진다. 전문가들은 공급은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속해서 '신호'를 주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인위적인 규제는 '임기응변'에 그치는 만큼 내외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추진하라고 조언한다.

"정책 수단 총동원"…부동산 시장 첫 메시지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TF'(태스크포스)를 열고 서울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참석자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세와 함께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 금리 인하 전망,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리며 강남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수 심리는 더욱 자극받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공급 부족 우려,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전 '막차 수요' 등이 맞물려 시장은 하반기 '강세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투기·시장교란 행위나 심리 불안에 따른 가수요로 시장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실수요자 보호를 전제로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물가에 이어 부동산 시장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공급 가뭄 시달리는 서울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서울 공급 물량은 4만3996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적정 수요인 4만6640가구와 비슷하지만, 소폭 모자란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2026년 공급량은 4156가구에 그친다. 올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이어 △2027년 1만1529가구 △2028년 3636가구 △2029년 999가구 등 순이다. 2027년 소폭 반등하긴 하지만 2028년부터 다시 줄어들어 2029년엔 웬만한 대단지 아파트보다도 공급 물량이 적다.

올해 착공물량을 살펴봐도 이런 흐름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6848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 9185가구보다 25%가량 줄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착공물량은 2022년 1만5320가구였지만 2023년 6239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소폭 반등한 이후 올해 다시 감소세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2021년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한 원인 가운데 공급 부족 역시 한몫한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건설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주택 공급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최근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1차 민관 TF를 열었다. 인허가 관행의 문제점과 현장 지연 사례 등을 공유하고 지원센터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문제는 당장 올해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더라도 입주까지는 약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효과를 보긴 어려운 이유다.

정보현 연구원은 "기존에 내놨던 공급대책들은 이번 정부에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면서 "이번 정부에서 초석을 다져놓고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할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정책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을 선택했다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며 "실수요자들에게 '앞으로 서울에 계속 공급하겠다'라는 신호를 주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조절해 직접적인 공급이 나오는 시기까지 수요를 잠재워놓는 게 현실적"이라고 부연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수요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대기 수요로 돌릴 필요가 있다"며 "공급한다는 신호를 계속 주면서 심리적인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세금 풀어주면…매물 나올까

집값 급등 원인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구체적으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다. 시장에서 돈 버는 공식으로 자리 잡은 '똘똘한 한 채'는 세금 문제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집을 매수할 때, 보유할 때, 매도할 때 등 모든 과정에서 세금을 매겼다.

취득세율은 4%에 불과했지만, 최고 12%까지 치솟았다. 종부세는 3주택 이상이나 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최고 6%까지 올랐다. 양도세는 조정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2주택자의 경우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를 중과하도록 했다.

새 정부 출범 2주 만에 시험대…시장 안정 최우선 과제는 [李정부 부동산 향배(下)]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가 이어지면서 시장은 빠르게 바뀌었다. 다주택자들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낮은 물건부터 처분하기 시작했다. 지방이나 서울에선 외곽에 있는 집이다. 이후 강남 3구나 마·용·성 등 서울 핵심지 아파트로 갈아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주택자가 쥐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공급 부족을 일부 해소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 역시 현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주택자들 역시 자산을 처분하고 실수요로 재편되면서다. 이제 와서 세금을 풀어준다고 해도 나올 매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매물을 보유하고 있었던 다주택자들은 약 5년 동안의 시간이 흐르면서 '똘똘한 한 채'로 상당수가 갈아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다주택자의 경우 연립·다세대(빌라)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은 데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매물이 아닌 만큼 다주택자들의 세금을 줄여준다고 해도 시장에서 원하는 획기적인 공급량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위적 규제 이제 그만…누르면 어딘가 튀어나온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서울시는 또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만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제33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김동욱(강남5·국민의힘) 시의원의 관련 질의에 "성동구가 (집값이) 조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당히 긴장한 상태에서 지켜봐야 할 시장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토허구역 재지정 당시) 성동구·마포구 등 몇몇 자치구는 6개월 정도 지켜보며 혹시라도 조치가 필요한지를 추가로 판단할 수 있게 여지를 뒀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시장이 비상 상황이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마포구, 성동구 등에 대해 추가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에 상승세 지속되는 강남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토허제 재지정 이후에 상승세 지속되는 강남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집값은 0.26% 올랐다. 19주 연속 상승이다. 송파구가 0.71%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구(0.51%), 용산구(0.47%) 등도 뒤를 이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거래를 억제해 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을 억누르더라도 '언제까지 그렇게 할 것인가'라는 게 중요하다"며 "이후 인위적으로 시장거래를 억누른 요소가 해소되는 시점에서는 자연스레 인근 시세에 맞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 구매력을 갖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 서울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많다"며 "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지엽적인 사안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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