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했다”…갑자기 난입한 대통령에 당황, 美에 주도권 뺏긴 日

1 day ago 4

트럼프 대통령 참석 예상 못한 일본
심야 긴급회의 열어 대응책 논의
미국에서 방위비 인상 주장할 텐데도
협상단에 방위성 인사 포함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만나고 있다. [사진 출처 =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만나고 있다. [사진 출처 = 트루스소셜]

현지시간 16일 마무리된 미국과 일본의 첫 번째 관세 협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일본 협상단을 만나면서 일본 측에 ‘한 방’을 먹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 협상단이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관세, 군사 지원 비용, 그리고 무역의 공평성에 대해 협상하기 위해 온다. 나도 함께할 것”이라고 글을 올려 일본 정부를 충격에 빠뜨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일 관세 협상에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난입했다”며 거친 용어를 사용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밤중에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관세 담당 각료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도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본래 일본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 요청을 충분히 듣고,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귀국하면 이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할 ‘교섭 카드’를 마련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이러한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있어 일본 정부가 불안해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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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완전히 상상하지 못했다”며 “협상 주도권을 미국 측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닛케이는 “중국을 움직이지 못하는 미국 행정부의 조급함이 드러난 것”이라며 “시장에서 미국 매도가 진행되면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상에서 일본 측은 관세의 인하, 철회를 요구한 반면 미국 측에서는 안전 보장 관련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이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일본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며 미·일 안보조약이 불공평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내려주는 대가로 방위비 증액이나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 확대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22년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었던 방위 관련 예산을 최근 1.8%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미국은 방위 관련 예산을 GDP의 3%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27년 3월 종료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 관련 협정을 사전에 재협상하자는 제안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 협상을 위해 일본 정부가 가장 꺼내기 싫어하는 카드가 방위비 인상이다. 이번 대표단에는 방위성 인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무기 수입 등을 통해 어떻게든 인상 카드를 잠재울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강세를 시정하기 위한 환율 관련 논의는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주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미국은 일본을 한 번에 몰아붙이지 않고 이 회의 기간에 일본 재무상과 일본은행 총재 등을 만나 환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 직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으로부터 결과를 보고받았다면서 “앞으로도 쉬운 협의가 되지는 않겠지만, 다음으로 이어 가는 협의가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료급 협의 추이를 보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과 관련해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미국 내 제조업 투자 발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를 걸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이 회담에 복귀할 조건에 대해 보도했다. △미국이 핵심 인물과 접점을 찾고 △입장을 더 일관되게 유지하며 △‘무례한’ 내각 구성원을 배제하고 △미국의 제재와 대만에 대한 입장이 전제조건이 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일 관세 협상의 사례를 참고해 협상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과 먼저 협상을 시작한 국가들의 동향을 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며 “미국과 협상을 시작한다면 무역수지 균형,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관세 협상을 위해 다음주 잇달아 미국을 방문한다. 최 부총리는 다음주 방미 기간 중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안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실무진 간 후속 협상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일 관세 협상 사례를 참고하되 ‘패키지딜’을 어떻게 제시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위비, 첨단기술 협력 등 한국은 일본과 공통점이 있어 미·일 관세 협상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일 사례에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패키지딜로 들어가더라도 언제, 어떻게, 어느 수준부터 정부가 미국에 협상 카드를 내놓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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