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괴롭히는 '역갑질'…직장내괴롭힘법 7년의 '그림자'

1 week ago 11

상사 괴롭히는 '역갑질'…직장내괴롭힘법 7년의 '그림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다. 2018년 국회는 일터에 만연한 이른바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로 입법이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노동자 폭행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그 이후 우리 일터는 분명한 변화를 경험했다. 과거 조직 내부의 문제로 묻히거나 개인이 감내해야 했던 폭언, 따돌림, 인격침해 행위가 공론화되었고, 기업들은 조사체계와 고충처리 절차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 폭력과 폭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크게 높아졌다. 존중과 배려를 요구하는 문화가 확산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 역시 적지 않다. 현행 제도는 사용자에게 신고 접수, 조사, 보호조치 및 사후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괴롭힘이 인정될 경우 행위자와 사용자 모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피해자의 회복과 관계 개선보다는 책임 추궁과 처벌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인사권 행사, 감사 및 성과관리까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비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결과 조직 내부에서 해결될 수 있었던 갈등이 고용노동관서, 노동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민·형사 소송으로 확대되면서 조직 전체의 비용과 사회적 소모를 키우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자동차 제조업체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사업장에서 관리자가 근태 불량에 대해 출근정지 처분을 하자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하며 상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집단행동을 주도한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조치를 정당한 징계로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61127, 서울고등법원 2024누40334, 대법원 2024두59886).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인정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는 외부조사, 노동위원회 대응, 장기간의 행정소송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필자는 지난 6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제15차 국제직장괴롭힘학회(IAWBH)에 참가하여 관련 논의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 ‘Armed Compliance’와 ‘Upward Bullying’ 논의가 인상적이었다. 법적 절차의 오남용이나 상사에 대한 괴롭힘 등 법제도의 역효과을 내는 현상에 대해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안전, 조직 신뢰, 갈등관리 체계, 조사절차 및 고충처리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과 예방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ILO 제190호 협약 비준을 공약하였으며,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와 적용범위 확대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ILO 제190호는 특정 입법모델을 강제하는 협약이 아니다.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과 노사정의 공동 책무를 제시하는 국제적 기준에 가깝다.

따라서 협약 비준이나 법제도 개선 논의가 규제의 확대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Armed Compliance'의 도구로 변질되거나 정상적인 권한 행사에 대한 무분별한 도전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자본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지는 시대다. 이러한 환경에서 법제도는 노동자에게는 안전과 존엄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는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경영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역시 보호와 책임, 권리와 의무, 예방과 구제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문강분 행복한일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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