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1위 도시의 역발상
4곳중 1곳 텅…전국평균 2배
임대료 반토막 난 곳 수두룩
市, 20일 공실박람회 개최
창업자 연결해 세무 상담도
"국회·법원·특구 호재 많아
인구 늘고 상권 살아날 것"
임대 알림 포스터만 난무하던 세종시 어진동 빈 상가에 밝은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비었던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고 식사 시간이 지나자 일부 가게는 '재료 소진'을 내걸고 일찍 문을 닫는다. 밤이 깊어지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 10여 명의 왁자지껄한 대화가 거리를 울린다.
2031년 3월 개원한 세종지방법원 인근의 반곡동 상가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점심 시간만 되면 법원 직원은 물론이고 인근의 변호사·세무사·회계사 사무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어 금세 가게마다 대기줄이 늘어선다. 카페 안도 사람들로 넘쳐난다.
세종시가 꿈꾸는 상가의 미래다. 아직까지는 상권이 부진해 공실이 넘쳐나지만, 세종시가 도시 활력을 높이고 임대인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가교 역할을 해 이 같은 꿈을 현실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세종시가 오는 20~21일 이틀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상가 소유주들과 함께 '세종 상가공실박람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상가를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바꿔 도시 활력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비어 있는 상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임대인과 창업 희망자,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가공실박람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박람회는 '비어 있는 상가 공실! 새로운 가능성으로!'라는 슬로건에 따라 상가 홍보를 위한 15개 집합상가, 7개 창업 부스, 5개 프랜차이즈 부스가 운영된다. 박람회 기간에 성공 창업 사례 발표, 부동산·세무 상담, 프랜차이즈 가맹 모집 등도 진행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대놓고 공실 현황을 공개하는 데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상가 공실을 쉬쉬하지 않고 그 자체를 상품화해 수요자를 연결하겠다는 역발상으로 기획했다"면서 "무엇보다 대한민국 행정수도인 세종의 공실 상가는 누군가에겐 진입 문턱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창업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박람회를 통해 공실 상가의 '경제적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시장 말대로 세종 신도심 공실 문제는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압도적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13.8%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1.3%로 전국 1위다. 공실률 증가는 실질 임대료까지 하락시켰다. 임대료가 반 토막 난 상가가 수두룩하다. 실제 세종시 핵심 상권인 나성동에 있는 A상가(1층 18평)는 현재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8년 전 고점 대비 60% 이상 빠진 가격이다. 세종국책연구단지가 들어서 있는 소담동 B상가 1층(12평)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대전 둔산·도안 신도시(15~20평 기준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세 250만~350만원)나 청주 용암동(15평 기준 보증금 3000~5000만원, 월세 200만~250만원)의 중심 상권에 비해서도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세종시에서는 상가 임대료가 바닥권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임대료 바닥론'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상권 활성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일 지정된 56만평 규모 기회발전특구와 세종공동캠퍼스 개교는 물론 2031년 세종지방법원 설립, 국회세종의사당 이전,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등 상권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겹호재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세종시는 당초 2030년 인구 50만명이 사는 도시를 목표로 조성됐다. 세종시 인구는 내년 1월 중 4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 시장은 "상권이 형성되고 상가가 채워지려면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야 한다"면서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장사를 망설이는 분이라면 앞으로 유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사람이 모이고 활력이 넘쳐날 세종 창업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고 강조했다.
[세종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