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 AI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일반 AI와 달리 현실의 물리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구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산업 현장이 겪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어낼 열쇠로 주목받는다. 테슬라, 피규어 AI,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 국내외 기업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입증할 정도다.
대한민국 정부도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함께 피지컬 AI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로봇을 잘 쓰는 나라에서 잘 만드는 나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제조업 AI 전환(M.AX), 핵심기술 확보(Master), 양산체계 구축(Mass Production)이라는 3M 전략을 토대로, 2030년까지 AI 로봇 글로벌 3강이자 피지컬 AI 부문 글로벌 1강 진입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동차용 액추에이터를 개발·생산해 온 삼현이 피지컬 AI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6년 7월 8일,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데이를 열고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액슬론(Axlon)을 공개했다.액추에이터(Actuator)는 전기, 유압, 공압 등의 에너지를 물리적인 움직임, 즉 기계적 에너지로 바꿔주는 구동 장치다. 센서가 감각 기관이라면, 액추에이터는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에 해당한다. 로봇이 자연스럽고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미세한 힘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강한 힘을 발휘하는 고성능 액추에이터가 필수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로봇손, 센서와 함께 액추에이터를 피지컬 AI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꼽았다.
자동차용 액추에이터 개발·생산 경험 토대로 피지컬 AI 산업 진출
삼현은 1988년 설립 이후 자동차용 액추에이터에 집중해 온 기업이다. 오랜 시간 쌓은 기술 자산을 바탕으로, 기존 모빌리티 중심 사업 구조를 방산과 로보틱스 등 고수익 신사업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할 계획이다. 박기원 삼현 대표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 등 세 가지 하드웨어를 통합한 솔루션이 삼현의 핵심 역량이며, 이 기술을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액추에이터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움직임에 영혼을 불어넣는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현이 피지컬 AI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박기원 대표가 2025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시회(WRC)를 참관하면서다. 현장을 둘러보며 휴머노이드 시장이 개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느낀 게 이유다. 이후 1년간 연구개발 조직을 가동해 제품 개발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액슬론(Axlon)을 선보이게 됐다.
액슬론은 완제품 통합 액추에이터뿐 아니라, 모터(라이브모션)·드라이브(드리브온)·감속기(트리온) 등 개별 부품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운영된다. 피지컬 AI 산업이 요구하는 핵심 요소인 ▲경량화 ▲고효율 ▲토크밀도 ▲백드라이브(역구동) 가능성 ▲저소음,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주력했다.
액추에이터는 로터가 안쪽에서 회전하는 이너 로터(Inner Rotor) 방식의 I 시리즈, 로터가 바깥쪽에서 도는 아웃러너(Outrunner) 방식의 O 시리즈, 직선 운동을 구현하는 리니어(Linear) 방식의 L 시리즈 등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하모닉 감속기(소형 고정밀 감속기)와 유성기어 감속기(고효율 감속기) 기반 제품을 갖췄다.

핵심 기술은 작은 코어 여러 개를 모아 하나의 모터로 완성하는 분할 코어 설계다. 권선을 촘촘히 채워 넣어 출력 밀도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다. 이 구조 덕분에 열효율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200도 도달 시간을 58% 늦추는 성과를 냈다는 게 삼현 측 설명이다. 발열이 느리게 진행된다는 건, 같은 힘을 쓰더라도 열 손실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소음·진동과 직결되는 코깅 토크 역시 경쟁사 대비 15% 낮췄다고 설명했다. 코깅 토크는 기계적 형상 공차와 조립 정밀도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수치가 낮을수록 정밀 제어에 유리하고 순간 동작 시 오차도 줄어든다.
제어기는 자동차용 A-SPICE CL2 인증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임피던스 제어, 위치 제어, 토크 제어 기술을 모두 지원하고, 저지연 통신 프로토콜을 갖춰 휴머노이드 한 대에 들어가는 20개~30개 이상의 액추에이터를 0.01초 단위로 동시에 제어하도록 설계됐다.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모든 관절이 어긋남 없이 같은 타이밍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 및 연구개발 확대, 액추에이터 부문 프론티어 기업 목표
삼현은 자동차용 액추에이터 사업을 유지하는 한편, 로봇용 액추에이터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2022년부터 매출액 대비 10% 안팎이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2025년 20% 수준으로, 2026년에는 30%까지 끌어올렸다. 연구개발 인력은 2022년 대비 두 배로 늘었으며, 전체 인력 중 연구개발 비중을 40%대로 유지할 방침이다.사업 구조 다각화 시도도 이어진다. 모빌리티, 방산, 로보틱스 분야 외에 시스템 통합(SI) 사업까지 아우를 예정이다. 박기원 대표는 “전기차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모빌리티 사업과 달리, 방산 분야는 기존 유압식 시스템을 전기식으로 대체하는 흐름에 올라타 현재 15%인 시장 점유율을 2027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로봇 사업은 이족·사족·바퀴형 로봇 전반에 대응 가능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물류 자동화용 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은 5년 안에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로봇 액추에이터 성능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들이 토크밀도 100 이상 부품을 요구하는 데 따른 결정이다. 현재 물류 로봇용 제품 제노는 토크밀도 100에 도달했고, 2027년 선보일 2세대 액슬론은 글로벌 최고 수준인 토크밀도 140 구현을 목표로 한다.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2025년을 개화기, 2028년을 본격적인 대량생산 원년, 2030년을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는 시점으로 구분했다. 현재 국내외 21개 고객사와 수주를 논의 중이며, 2026년 6월 15일 기준으로 해외 2곳·국내 1곳에서 양산을 전제로 한 프로토타입 수주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투자 계획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약 1000억 원을 투입하되, 이 중 400억 원을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부문에 집중한다. 생산능력은 제어기와 액추에이터를 각각 50만 개로, 모터는 1단계 50만 개에서 2단계 100만 개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모든 부품 생산은 삼현 2공장의 로봇 자동화 라인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박기원 대표는 “자동화·디지털전환(DX)을 거쳐 이제 AI전환(AX) 시대가 왔다. 모빌리티 사업에서 축적한 자동화 유전자를 로봇 생산에 그대로 이식하겠다”고 강조했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사업이 예정대로 성장한다면, 2027년 신사업(방산·로봇) 매출이 가시화된 뒤 2028년에는 신사업 매출이 기존 모빌리티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30년에는 로봇 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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