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교만 복수지원 가능한데
주민번호 등 신원확인 절차없어
타인 전화번호로 4~5곳 접수
교육청 "중복지원 데이터 확인
적발되면 모든 접수내역 취소"
아동 1인당 3개 학교까지 지원할 수 있는 서울 사립초등학교 신입생 원서 접수 규정을 어기고 4개 이상 '꼼수' 지원한 사례가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립초 지원은 1인당 3개교까지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일부 학부모가 부모님 등 여러 개 휴대전화로 가입해 4개교 이상에 지원한 것이다. 원서 접수 대행사인 진학사가 "4개교 이상 지원 시 모든 내역이 취소된다"고 12일 긴급 공지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서울 사립초 원서 접수는 진학어플라이 사이트에서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부모 등 성인의 휴대전화 인증을 거친 뒤 최대 3개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12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여러 명이 회원 가입 후 인증을 거치면 한 아이 이름으로 4개 학교 이상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시스템상 허점을 이용해 일부 학부모가 4개교 이상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부모는 온 가족을 동원해 특정 학교에 여러 번 지원하도록 해 합격률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꼼수 지원'은 아이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거나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추가 서류를 제출하는 등 검증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사립초 입학 과열 경쟁을 막겠다며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원서 접수 단계에서 신입생 1인당 최대 3개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지만, 정작 시스템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하자는 취지에서 주민등록번호는 받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시스템상 동일한 아이로 여러 번 지원했을 때 체크가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용을 인지하고 현재까지 지원한 분들에게 4개교 이상 지원한 경우 나머지 학교에 대해 원서 제출을 취소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학 접수 대행을 하는 진학사는 사이트에 올린 긴급 공지를 통해 "4개교 이상 지원한 사실이 발견되면 모든 접수 내역을 취소하며 책임은 학부모에게 있다. 이미 4개교 이상 지원한 경우 13일 낮 12시까지 지원을 희망하는 3개교 외의 학교에 연락해 취소하라"고 전했다.
향후 사립초 입학 불공정 문제를 두고 파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교육청은 원서 접수 단계에서 3개 학교를 초과 지원하면 지원을 취소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만에 하나 4개교 이상 지원한 것을 적발하지 못해 합격하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사립초 선발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올해 사용된 통합 시스템이 작년부터 쓰였기 때문이다. 작년에 서울 사립초를 지원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작년 것도 재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발칵 뒤집혔다. 가입자가 13만6000여 명에 달하는 한 온라인 사립초 카페에서 한 학부모는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어디를 지원할지 한참 고민하고 마음을 정하느라 애먹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중학교는 학생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국제중 한 곳만 지원 가능한데, 사립초 입학은 그런 장치가 없다니 놀랍다"고 했다.
[이용익 기자 / 권한울 기자 / 유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