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호남행 소식에…“비효율 커질까 우려” vs “필요한 요건 다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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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까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 평택, 용인과 충북 청주 팹(공장)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 왔다. 이들 지역에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시설과 협력업체, 전문 인력 등이 밀집해 그만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반도체 공장의 호남 건설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면 광주 전남 측은 해당 지역이 공장 부지와 에너지, 물 등 반도체 공장에 꼭 필요한 ‘3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 “미중 추격 속 비효율 커질까 우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행’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성을 극대화하던 집적효과가 약화되고 인재 유치가 숙제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반도체 산업은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과 칩을 완성화하고 제품화하는 ‘후공정’의 연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체계, 우수 인력풀이 한곳에 모여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새로 거점을 만들면 이 생태계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해 자리를 잡기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 시설 건립에 ‘조 단위’의 비용이 필요한 만큼 새로운 광주 전남 투자가 후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하는 지금 시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지금은 균형발전보다 본질적인 반도체 경쟁력을 우선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한국이 중국과 메모리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인공지능(AI)발 호황이 끝나는 순간 한국 반도체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도권을 선호하는 핵심 인력들을 호남까지 유치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가뜩이나 반도체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 지방 이동을 종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인재를 양성해도 새로 교육, 훈련하는 데 최소 5년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추진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풍부한 에너지와 공장 부지만 보고 생산 시설을 만드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같은 호남이라도 발전소와 공장 간 거리가 있다. 이 둘을 연결할 전력 인프라는 결국 새로 확충해야 한다. 또 태양광, 풍력 발전은 계절,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이를 보완할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해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 “광주에 부지, 에너지, 물 다 있다”반면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 측은 광주 전남이 반도체 공장 입지로 최적이라고 강조한다. 민 당선인 인수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광주는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부지, 에너지, 물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는 광주과기원, 한국에너지공대, 전남대 등 안정적인 인력 공급 역량도 갖췄다”고 했다.

실제 수도권의 전력 인프라는 포화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3년 62.5% 수준이었던 경기 전력 자립도는 지난해 59.2%까지 떨어졌다. 반면 전남의 자립도는 215.0%로 전기가 남아 돌아 다른 지역에 팔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유치 계획이 마련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민 당선인 측은 “신축 반도체 공장의 공정 범위와 기업에 대한 요청, 공장 신축 시기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호남에 신설될 반도체 공장 후보로는 후공정 패키징 시설이 꼽힌다. 웨이퍼를 깎거나(식각), 회로를 그리는(노광) 등 전공정을 이후 조립(패키징)하는 단계다. 후공정은 인력 투입이 많고,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보여주기식으로 반도체 지방 분산을 추진했다가는 막대한 비용과 비효율만 생길 것”이라며 “무작정 기업에게 강요할 문제가 아니고 확실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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