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MD가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5세대 HBM(HBM3E 12단)을 탑재했다. AMD는 엔비디아에 이은 세계 2위 AI가속기 업체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픈AI 등 AI 선두 기업들을 고개사로 두고 있다.
AMD에 HBM을 납품했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과 성능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품질검증’도 통과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180조원’ HBM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AMD, 삼성 납품 공식 확인
AMD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 행사에서 삼성과 마이크론의 HBM3E 12단 제품을 신형 AI 가속기 ‘MI350’ 시리즈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AMD가 삼성 HBM3E 제품의 납품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MI350 AI가속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을 지원할 8개 HBM3E가 들어간다. AMD는 “신제품은 엔비디아 제품보다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가격도 더 낮게 책정됐다”며 “서버 단위(GPU 64개 또는 128개 묶음) 대량 판매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번 납품으로 HBM4 시장에서도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3E를 바탕으로 내년 출시되는 AMD의 차세대 MI400 AI가속기에도 HBM을 공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MI400에는 전작보다 4개 많은 12개 HBM4가 탑재된다.
AMD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도 삼성에 호재다. 이날 오픈AI는 AMD의 AI가속기를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오픈AI는 미국에 500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관건은 엔비디아 납품통과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품질검증을 통과할지 여부에 쏠려 있다. 엔비디아는 HBM 구매의 70%를 차지하는 업계 큰손이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467억달러(64조원) 규모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구매 비중은 73%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양산되는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한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달리 삼성전자는 전작인 HBM3E 제품의 품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이 HBM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면 HBM3E 납품에 성공하는 것을 넘어 HBM4 시장에서 많은 물량을 가져와야한다.
삼성은 HBM4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5세대 10나노급(1b) 공정 기반으로 HBM4를 제작중인데, 삼성전자는 한 단계 앞선 6세대 10나노급(1c) 공정으로 HBM4을 만들어 ‘한방 역전’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납품사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삼성의 납품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독식하는 HBM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공격적 가격 책정으로 많은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