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코피스)을 통한 작품별 티켓 판매 현황 공개 추진은 공연 업계에 득일까 실일까. 18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해당 주제로 진행된 예술 데이터 포럼(KODaF) 종합 토의에 참여한 공연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산업화가 빠른 뮤지컬 분야부터 공개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18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예술 데이터 포럼(KODaF) 현장(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KOPIS는 공연예술 분야에도 영화 분야와 같은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는 요구 목소리가 나오면서 2014년 구축됐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서양음악), 국악(한국음악),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 건수, 티켓 예매수, 티켓 판매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KOPIS는 운영 초기 공연 제작사와 티켓 판매 대행사의 참여율이 낮아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2019년 공연법 개정으로 실적 데이터 제공이 의무화된 이후 수집률을 9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관객 수, 티켓 판매량 등 개별 공연에 대한 실적 데이터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영화계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을 통해 작품별 실적 데이터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리그의 경우 자체 전산망 홈페이지 IBDB를 통해 뮤지컬과 연극의 주간 관객 수와 티켓 판매액 등을 공개한다.
이날 진행된 토론에 참여한 이성훈 쇼노트 대표는 “뮤지컬 분야는 작품별 실적 데이터 공개에 따른 여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산업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공개 추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유인수 연우무대 대표는 “공연제작사 입장에서는 작품별 데이터 공개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지만,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이 세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을 보탰다.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는 “클래식처럼 공연 회차가 적은 분야와 달리 뮤지컬 분야는 장기 공연 진행을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근거로 제시할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유통지원사업 선정작에 한해 관객 수와 티켓 판매액을 시범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향후 점진적으로 KOPIS의 작품별 실적 데이터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인수 대표는 “작품별 실적 데이터를 공개하면 관객의 시선이 인기 공연에 쏠릴 우려가 있다. 초연작을 올리는 공연제작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 “공개를 추진하더라도 범위와 기준을 세밀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대표 또한 “브로드웨이와 달리 국내 뮤지컬 시장은 2~3개월 정도 공연했다가 휴식기를 거쳐 재연을 올리는 ‘리미티드 런’ 형태가 많아 작품별 실적 데이터 공개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면서 “시장 우려를 상쇄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박진학 대표는 “작품별 실적 데이터가 정부의 정책 지원 대상작 선정에도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의견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