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수용 농지도 '공익직불금'…농식품부, 현장의견 반영 법 개정

2 weeks ago 4

산업단지 등에 강제 편입된 농지도 올해부터는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2일 관련법이 통과된 후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주민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공태윤 기자

산업단지 등에 강제 편입된 농지도 올해부터는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2일 관련법이 통과된 후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주민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공태윤 기자

'강제수용된 농지에도 직불금 지급…법개정 감사합니다'

지난 4월 10일 찾은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에는 이와같은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는 지난 4월 2일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농업농촌공익직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에 강제 편입된 농지라도 소유권 이전과 보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공익직불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산업단지에 편입된 농지는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농사를 짓고 있더라도 예외없이 공익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지난 4월 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5일 공포·시행됐다.

이번 공익직불금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4월2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연서면 주민 91명의 고충민원이 접수된지 딱 1년만에 이뤄진 성과다. 정부는 지난 2023년 10월 연서면 275ha를 스마트국가산업단지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농지전용 면적은 173ha다. 이 때문에 연서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농가들은 '공익직불금을 계속 지급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민원을 권익위에 제출했다. 또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과 세종시를 통해서도 규제 개선 의견이 접수되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농식품 규제혁신 전략회의에서 공익직불제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농식품부 제공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농식품 규제혁신 전략회의에서 공익직불제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농식품부 제공

이에 농식품부는 권익위와 합동 현장방문, 지자체 등 담당자 간담회, 대법원 판례 등 법리 검토를 거쳐 지난해 10월 송미령 장관이 주재한 제6차 농식품 규제혁신 전략회의에서 관련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신속하게 법률 개정을 완료하였다. 산업단지, 주거·상업·공업지역, 택지개발지구 등 공익사업에 수용된 농지의 경우 농가의 자의에 의한 농지전용이 아니고, 영농이 지속되는 동안은 공익기능이 유지되므로 토지보상 전까지 직불금을 지급할 수 있게 개정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댐 인근에서 친환경 농업인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여 하천구역 농지라도 경작 목적의 하천구역 점용허가와 친환경농업인증을 받고 경작을 하고 있다면 직불금을 지급할 수 있게 법률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하천구역의 경우 수질오염 등의 우려가 있어 일률적으로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같은 규정들은 2001년 논농업직불제가 최초 도입되었을 당시부터 법률(농산물의생산자를위한직접지불제도시행규정)에 약 25년간 존속했으나 농식품부는 현장의견을 수렴한 적극행정에 나서 이번에 제도를 개선하게 되었다.

산단 수용 농지도 '공익직불금'…농식품부, 현장의견 반영 법 개정

농식품부는 개정된 법률이 올해부터 적용되어 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익직불금 신청 기간을 한달간 연장키로 했다. 당초 4월30일까지가 직불금 신청기간이지만 5월 30일까지 접수 기간을 늦춘 것이다. 법 개정으로 민원을 제기한 세종시 연서면 180농가와 인제군 소양강댐 인근 친환경농가 등은 '2025년 직불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오옥균 세종국가산업단지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불합리한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 민원을 제기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준 농림축산식품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지난해(2024년) 시에 주소를 둔 180농가에 1억 77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못받게 된 공익직불금에 준하는 금액이다. 성낙일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차장은 "지원금이 지난해 12월 26일 지급되었다"며 "마을 주민들에게는 최고의 성탄선물이었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또한 현장의견을 수렴한 공익직불제 준수사항 정비 등 시행령, 시행규칙 등 신속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휴경농지의 경우 농지의 형상 및 기능 유지를 위해 연 1회 경운(농토 갈아엎기)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지만, 경사지 등의 경우 경운 시 토양침식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토양침식을 막는 피복식물(클로버, 헤어리베치 등)을 심거나 잡목을 제거하는 등의 휴경지 관리 방법도 허용할 계획이다. 또 공익직불금을 받으려면 매년 2시간 이상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했지만 제도를 시행한 지 5년이 지나 이해도가 높아진 점과 고령농업인의 불편 등을 고려해 전화, 온라인 등으로 간소화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한다. 다만, 신규 직불금 수령자나 전년도 위반사항이 있는 자는 2시간의 정규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또 비용 절감 및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한 공동영농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동농업경영체 대상으로는 직불금 최초 신청 시 영농경력 1년 요건도 면제해 기존 농업인들이 공동농업경영체를 만들었을 때 직불금 수령이 1년간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지급요건을 개선도 추진한다. 농식품부 공익직불과 관계자는 "법제처 등의 협조를 통해 상반기 중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