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력에 희생되는 개인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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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붉은웃음' 김정 연출
내달 1일까지 더줌아트센터

사진설명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는 김수영 시인의 말은 그가 어떤 근원적인 자세를 가지고 시작(詩作)을 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김수영이 그랬듯 진중한 태도로, 그리고 배우의 몸을 적극 활용해 작품을 선보이는 연출가가 있다. 21일부터 1인극 '붉은웃음'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김정 연출가(사진)다.

'붉은웃음'은 청년 고독사를 다루는 1인극이다. 러일전쟁(1904~1905)에서 다리를 잃고 돌아온 참전 용사가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는 동명의 러시아 소설을 각색해 현대인이 거대한 폭력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연극은 유품 정리사가 검은 비닐봉지들을 정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무대 한쪽에 비닐봉지가 산처럼 쌓여 있고, 방호복을 입은 정리사가 또 다른 비닐봉지들을 가져오는 장면이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죽은 자의 유품이 계속 더해지는 모습은 애도되지 않는 죽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김 연출가는 "죽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야기로 콜라주처럼 배치했다"며 "수많은 사람을 짓누르는 거대한 힘, 전쟁터처럼 사회 밑바닥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1인극 '붉은웃음'의 절망적 이미지는 윤성원 배우의 격렬한 몸짓으로 펼쳐진다. 김 연출가는 청년들이 홀로 죽어가는 과정을 무기력한 모습이 모습이 아닌 격정적인 몸부림으로 연출했다. 김 연출가는 "고독사를 맞는 사람은 피폐하고 무기력한 상태지만 그 역시 악을 지르며 세상에 태어나 한때 빛이 나고 아름다운 인간이었을 것"이라며 "신체는 죽어가지만 몸안에서 죽음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와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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