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KFA 회장 선거가 파행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향후 구성될 선거운영위원회에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동아DB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는 2차례나 연기됐다. KFA 선거운영위원회 전원이 사퇴하면서 모든 것이 멈췄다. 현재로선 모든 과정을 새로 진행해야 한다.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의 3파전으로 8일 치러질 예정이던 선거는 허 전 감독이 “불투명한 과정, 불공정 선거” 등을 이유로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7일 인용하면서 중단됐다. 이후 선거운영위가 다시 공지한 23일마저 ‘범야권’ 캠프가 거부한 가운데 10일 선거운영위원들의 사퇴로 끝내 무산됐다.
선거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KFA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위탁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선관위 위탁은 범야권 캠프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다만 위탁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축구가 아무리 국민적 관심이 높은 종목이지만, KFA는 어디까지나 수많은 국내 체육단체 중 하나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위탁하고 진행하는 체육계 선거는 대한체육회가 사실상 유일하다.
만약 중앙선관위가 선거 위탁을 받아들이더라도 역할은 한정돼 있다. 전체적인 선거 운영과 투·개표 작업이 전부다. 그 외는 모두 KFA 이사회가 향후 구성할 선거운영위의 몫이다. 선거일을 지정하고,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것 등도 KFA 선거운영위의 영역이다.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중앙선관위는 이를 관리할 뿐 직접 개입하진 않는다.
KFA가 14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시선은 선거운영위 구성으로 향한다. 모든 과정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선거운영위가 꾸려져야 투표일 결정, 선거인단 추첨, 후보 등록 등 주요 일정 정리와 더불어 선거인단 확정을 거쳐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정해지는 모든 일정은 후보들이 따라야 한다. 첫 선거가 불발된 것은 법원의 결정에서 비롯됐으나, 이후 선거운영위가 공지한 23일 선거마저 범야권이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축구계에는 적지 않다. 선거일은 후보들의 협의나 입맛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당연히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다.
선거운영위원 명단 공개도 불필요하다. 후보들의 회유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리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다. 일부 캠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들을 선거운영위원으로 추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대놓고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법원이 앞서 지적한 ‘불공정 선거’에 해당한다. 선거운영위는 철저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