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옮겨도 과실 판단 불리해지지 않아
“안전 확보 먼저, 사진은 대피 후에”
“사고 후 사진을 바로 남기지 않거나 차를 옮기면 상대 운전자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었나요?”13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앞서가던 이성훈 씨(53)의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허모 씨(27)는 사고 직후 차량을 곧바로 갓길로 옮기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차량 모두 움직일 수 있었지만 허 씨는 “상대방 상태를 확인하고 현장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사진부터 찍어놔야 보험 처리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운전자를 위험한 차로에 붙잡아 두고 있다. 하지만 손해보험협회와 전문가들은 현장 사진을 촬영하지 않은 채 사고 차량을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과실 판단에서 불리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실 판단은 현장 사진뿐 아니라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 등 다양한 자료를 주요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사진 촬영보다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 상담원도 사고 접수 단계에서 가장 먼저 차량이 안전한 장소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도록 교육받는다. 차가 차로에 남아 있다면 사고 내용이나 현장 출동 여부를 안내하기 전에 안전한 위치로 차량을 옮기도록 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사고가 나면 먼저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사고 현장에서 과실과 책임부터 따지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고속도로에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물론 현장 사진이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사고 현장의 전체 모습과 양쪽 차량의 전체 모습, 각각의 파손 부위를 촬영하면 과실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사진은 반드시 차량을 갓길이나 휴게소 등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사람이 대피한 뒤 찍는 게 원칙이다.
블랙박스가 없거나 영상이 저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목격자 진술과 CCTV 영상, 경찰 조사자료, 현장 흔적이나 사진 등이 과실 판단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고속도로 CCTV 등은 보험사가 직접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경찰에 사고를 신고한 뒤 경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관계 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상대 차량이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면 차량 번호와 차종 등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확보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목격자가 있다면 신원과 연락처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이 경우에도 사진을 찍기 위해 차로를 돌아다니기보다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뒤 신고와 사고 처리를 진행해야 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진 촬영이나 사고 접수보다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사진을 찍지 않고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이나 과실 판단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
▽팀장 전남혁 사회부 기자 forward@donga.com
▽김윤진(국제부) 임유나(산업2부) 주현우(경제부) 최효정(사회부) 한채연(산업1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전남혁 사회부 기자 forward@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22 hours ago
4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