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래도 사야 한다고?…스페이스X 몰릴 '수십조 돈줄' 정체 [글로벌 머니 X파일]

1 day ago 2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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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 등 대형 테크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들 기업의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 편입 시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S&P500 등 지수에 들어가면 상장지수펀드(ETF)와 패시브 펀드가 해당 주식을 자동으로 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에 풀린 주식은 적은데 수십조 원 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초대형 기업 상장 러시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지난 20일 공개한 투자설명서(S-1)에 따르면 목표 상장 평가액은 1조7500억~2조 달러, 조달 목표액은 최대 750억 달러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이며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JP모건체이스 등이 참여한다. 상장에 성공하면 2019년 사우디 아람코(약 1조7000억 달러)가 세운 역대 최대 IPO 기록을 조달 규모와 기업가치 모두 경신하게 된다.

하지만 재무 지표는 아직 부실하다는 평가다. 모닝스타가 분석한 S-1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87억 달러, 연결 순손실은 49억 달러였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47억 달러, 순손실 43억 달러를 기록했고 1분기 말 부채는 291억 달러로 집계됐다. 핵심 캐시카우인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는 164개국에서 가입자 1030만 명을 확보해 분기 매출 32억6,000만 달러, 영업이익 11억9,000만 달러를 올렸다.

그러나 올해 초 인공지능(AI) 기업 XAI와 합병하면서 자본지출이 급증했다. 작년 전체 자본지출 207억 달러 중 127억 달러, 올 1분기 자본지출 101억 달러 중 77억2000만 달러가 AI 인프라에 투입됐다. 스페이스X를 단순한 우주 기업이 아니라 '우주+통신+AI 인프라' 복합체로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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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편입 방식 변경

최근 3대 지수 사업자가 규칙을 바꾸거나 변경 검토 중이다. 스페이스X 등 대형 비상장사들이 상장을 장기간 미루며 사모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면서다. 기존 지수 편입 방법을 유지하면 수조 달러짜리 기업이 몇 달씩 지수 밖에 머물러 이른바 '추적 오차'와 대표성 훼손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FTSE 러셀, 나스닥, S&P 다우존스가 차례로 관련 규정을 손봤다.

FTSE 러셀은 지난 26일 IPO 신속 편입 규정을 확정했다. 스페이스X의 투자 가능 시가총액은 약 7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러셀 탑 500 편입 기준선 175억 달러와 FTSE 글로벌 지수 신속 편입 하한 135억 달러를 모두 넘어선다. 자격을 충족하면 상장 후 5거래일째 종가를 기준으로 러셀 탑 50·탑 200·러셀 1000, FTSE 올월드 등에 동시 편입될 수 있다.

앞서 나스닥은 지난 1일부터 개정 나스닥-100(NDX) 방법론을 적용했다. 신규 상장사가 시가총액 상위 40위 안에 들면 3개월 거래 기간 요건을 면제받고 상장 15거래일 만에 조기 편입될 수 있다. 동시에 나스닥은 저 유통 종목의 오버슈팅을 통제하기 위해 '3배 유통 가치 상한제'를 도입했다. 자유 유통 주식이 20% 미만이면 지수 반영 가치를 전체 시가총액과 '유통주식 가치의 3배' 중 더 작은 값으로 제한한다.

에밀리 스펄링 나스닥 글로벌 인덱스 헤드는 나스닥 설명자료에서 "기업들이 더 오래 비상장 상태로 남고 더 큰 규모로 상장하기 때문에 지수 방법론도 바뀌어야 한다"며 "당초 5배 상한을 검토했으나 시장 피드백을 반영해 더 보수적인 3배 상한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S&P 다우존스는 아직 검토 중이다. S&P500 진입을 위한 에이징 기간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메가캡의 누적 흑자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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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도 정비에 다른 공개시장 수급 압박 규모는 클 전망이다. FTSE 러셀에 따르면 러셀 미국 지수에 벤치마킹되거나 연계 운용되는 글로벌 자산은 작년 6월 말 기준 약 12조2000억 달러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전 세계 ETF·인덱스펀드는 60개 이상, 운용자산은 약 6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표 상품인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한 종목의 운용자산은 4월 30일 기준 약 4403억 달러에 달한다.

변수는 스페이스X가 설계한 '단계적 락업 해제'다. 한 번에 보호예수 물량이 풀려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제한 주식의 20%, 공모가 대비 30% 이상 상승 시 추가 10%, 상장 70~135일 사이 다섯 차례에 걸쳐 7%씩, 후속 실적 발표 후 28%, 180일에 잔여분을 푸는 슬라이딩 구조를 택했다.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366일간 매각이 금지된다. 클래스 B 주식을 통해 85.1%의 의결권을 독점하는 반면 경제적 지분(클래스 A)은 12.3%에 그친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지수 편입 규칙 변경에 대한 비판도 있다.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SNS에서 이번 룰 변경을 "내가 본 주요 지수의 가장 파렴치한 구조적 조작"이라며 "당신의 401(k)가 (내부자의) 출구 유동성"이라고 지적했다.

오언 라몬트 아카디안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덱스 펀드는 이론상 시장이 주는 가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가격 발견이 일어나지도 않은 IPO 당일이나 그 이전에 인덱스 펀드가 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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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집중도는 이미 임계치에 가깝다는 평가다. FTSE 러셀에 따르면 올해 러셀 3000 전체 시총은 75조6000억 달러, 상위 10개 종목 합산 시총은 26조4000억 달러로 1년 새 약 48% 늘었다. 매그니피센트 7(M7)의 비중은 출처에 따라 다르나 한 집계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34.8%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태에서 스페이스X 등 신규 초대형주가 줄줄이 들어오면 미국 대표 지수는 '초대형 AI·플랫폼 인프라 바스켓'에 더 가까워진다는 지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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