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도박범 잡고보니 절반이 청소년, 16∼17세 가장 많아… 특별단속 1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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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년간 청소년 4715명 검거

올해 고등학생인 김태훈(가명·16) 군이 온라인 도박을 시작한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도박 광고 등을 본 뒤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직접 온라인 도박판을 찾아 나섰다. 그는 카드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에 빠져 총 1억9000만 원을 쏟아부었다. 결국 경찰의 특별단속에 적발된 김 군은 올해 9월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이 1년 동안 벌인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에서 검거된 사람의 절반가량이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특별단속도 1년 연장했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19세 미만 청소년 도박사범 4715명이 검거됐다. 전체 사이버 도박사범(9971명)의 47.2%가 청소년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 중독 폐해가 커지자 지난해 단속 대상에 청소년을 포함했다. 검거된 청소년 중 17세가 1763명(38%)으로 가장 많았고, 16세(1241명), 18세(899명), 15세(560명), 14세(206명)가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도 9세 1명을 비롯해 12세 8명, 13세 37명이 붙잡혔다. 성별로는 남학생 4595명, 여학생 120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청소년 검거자의 대다수가 ‘도박 행위자’였다. 성인 도박 행위자는 3820명인 반면 청소년 도박 행위자는 4672명으로 집계됐다. 사이트 운영(16명), 개발관리·도박광고(19명), 대포 물건 제공(8명) 혐의로 단속된 청소년도 있었다.

청소년들은 ‘바카라’(3227명)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카라는 카드 2장을 더한 수 끝자리가 9에 가까우면 이기는 게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금액은 총 37억 원으로, 적발된 청소년 1명이 도박에 쓴 금액은 평균 78만 원이었다.

경찰은 검거된 청소년 중 1733명을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 상담 기관에 연계했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도박 특별단속을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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