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을 이끌던 ‘팀 코리아’에 균열이 생겼다. 핵심 멤버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를 놓고 결국 국제분쟁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7일 “한전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정산 공사 대금에 대한 중재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정산을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는 10억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다. 한수원은 한전 자회사(지분율 100%)로 모자관계다. 국제소송보다는 양자 협상을 통한 타결이 낫다. 정부도 두 공기업이 볼썽사납게 밖에서 싸우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
바라카 원전은 UAE원자력공사(ENEC)가 발주했고, 한전이 주계약자로 한수원에 시운전 등 운영지원 용역을 맡겼다. 2009년 수주한 바라카 원전은 최종 4호기가 지난해 9월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마무리됐다. 15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공사비 증액을 초래한다. 용역을 맡은 한수원이 한전에 정산을 요구한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한전이 UAE 발주처로부터 돈을 받는 게 먼저라고 맞선 것 또한 억지 주장이 아니다.
공사비 다툼은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기업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넓게 보면 이는 원전 수출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떨어뜨리는 자해나 마찬가지다. 체코 두코바니 사례에서 보듯 K원전 방해 세력은 도처에 널려 있다. 한때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발목을 잡더니 이젠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이런 마당에 한전과 한수원이 으르렁대는 모습은 우리에겐 악재, 저들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단기적으론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사기업도 모회사·자회사가 이렇게 싸우진 않는다. 한전은 상장기업이지만 정부와 산업은행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공기업이다. 최대주주로서 정부가 합리적 중재안을 제시하고, 양사가 이를 수용하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장기적으론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주계약자가 한전(바라카) 또는 한수원(두코바니)으로 바뀌면 주도권 다툼으로 양사 간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이참에 추가 공사비 정산 방식도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