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활짝 핀 증시...분위기 이어갈 열쇠, 기업 실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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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 증시가 활짝 폈다. 박스권을 벗어나 코스피 3000포인트 벽을 뚫고 나갈 기세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바이 코리아’로 돌아섰다. 이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 투자로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배당을 촉진하는 세제·제도 개편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경제력에 어울리지 않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고질적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최근 주가 상승세에 불을 붙인 요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계엄이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도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다. 대주주가 자의적으로 해오던 계열사 물적분할이나 인수합병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이전보다 더 센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개정안은 대주주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다만 한가지 새 정부의 증시 정책이 자칫 균형감을 잃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면 기업 또는 대주주에도 그에 상응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판을 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공연한 걱정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이 대주주의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은 자본시장 전체의 균형을 생각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행동주의 펀드와 외부 인수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상장 폐지 움직임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도 일본 사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배당을 늘리는 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그만큼 미래 투자 재원이 줄기 때문이다. 장하준 런던대 교수는 지난 4월 국회 강연에서 “국내 제조업 등 생산적인 기업들이 주주들의 현금 인출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끝”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의 금융 시장은 완전히 기생충이 됐다”며 “미국 기업들은 이윤의 90~95%를 주주 환원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결국 주가는 기업 실적이 좌우한다. 눈앞의 욕심에 거위의 배를 가르는 순간 모두 패자가 된다. 시장과 기업 사이에서 균형잡힌 정책을 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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