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과거 ‘묘지 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매장 문화가 굳건했다. 차츰 유교적 가치가 희석되면서 지난 30년 동안 화장률이 4배로 뛰었다. 문제는 장사 문화의 변화에 비해 환경과 제도가 뒤처졌다는 점이다. 화장시설 부족으로 장례 3일 차에 화장을 마치는 비율이 지난해 75.5%까지 떨어졌다. 절대적인 시설 수도 부족하지만 화장시설의 지역 간 불균형도 심각하다. 2024년 서울의 화장시설 수용능력은 사망자의 89%에 불과한 반면 전북은 116%로 여유가 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선 4일장, 6일장을 치르거나 타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화장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유골을 안치할 봉안당이나 자연장지를 구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설 봉안시설(봉안당·탑·묘·담)은 거의 포화 상태인 데다, 수목장을 치를 수 있는 공설 자연장지는 5∼6년 후면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봉안시설이나 장지는 비용이 크게 든다.
이처럼 장사 문화와 인프라 간 지체 현상이 발생한 것은 장사 정책이 화장을 촉진하기보다 매장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 대다수가 화장을 선택하고 있는데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묘지 면적과 시설, 설치 기간, 신고제 등 매장과 관련된 실효성 없는 규제에만 치중하고 있다. 정부가 장사 정책에 소홀한 사이 화장, 봉안 시설은 낡고 영세한 기피 시설로 전락했다. 주민 반발로 고급화, 현대화를 위한 투자도 가로막혀 있다.화장은 수목장·산분장 등 친환경 장례에도 필수적인 선행 단계다. 바람직한 장사 문화가 정착하려면 화장, 봉안 시설을 늘리고 그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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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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