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달 17일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체포할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문서로 전달한 데 이어 이달 1일 ‘롯데리아 모임’에서 선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노태악 대법관의 체포를 구두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의 이름이 경찰이 위치 추적을 부탁받은 명단에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가 나온 다음 날 국회 현안 질의응답에서 노 대법관은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며 비판했는데 그보다 더한 체포 모의가 바로 그를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때라도 입법 기능은 제한할 수 없으니 정치인 체포가 불법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과거 군사정권의 비상계엄 때도 그랬고 이번 12·3 비상계엄에도 체포할 정치인 명단이 작성됐다. 그러나 대법관이나 부장판사 체포까지 모의·시도했다면 이는 과거 군사정권 때도 못 보던 사법부 유린이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구체적 혐의가 있으면 왜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겠나. 선관위는 부정 채용 사건으로 강제수사를 받고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지 않은가. 또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위증교사 무죄 선고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들 그런 선고에 대해 판사를 처벌할 수 있는가. 특수부 검사 시절 하던 버릇대로 별건이라도 찾아내서 협박하고 그래도 원하는 혐의가 안 나오면 별건으로라도 처벌하겠다는 것이었나. 윤 대통령이 계엄을 무슨 국가 비상사태의 해결보다는 평상시의 수사 절차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여겼을 수도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너무나 ‘검사스러운’ 계엄이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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