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달간 ‘代代代行체제’… 온 국민이 나라 걱정에 잠 설칠 판

19 hours ago 3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국회의 탄핵을 피해 사퇴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2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국정 서열 4위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대대대행’ 체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권한대행은 대선까지 한 달간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을 책임지고 국정 일반을 총괄하며 선거 관리까지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이 권한대행 체제는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이 나오자 이에 반발한 민주당이 당일 밤 기습적으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 처리에 나선 것이다. 졸지에 권한대행을 보좌하게 된 교육부는 매뉴얼을 뒤져가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며 정책 전반을 들여다보는 경제부총리와 달리 사회 쪽만 맡아온 이 대행은 국정의 컨트롤타워를 맡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통상 전쟁이 벌어지는 비상 상황이다. 온전한 정부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를 관련 경험이 없는 대대대행이, 그것도 5개 장관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수행해야 하니 다들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것이다.

당장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주도해온 한 대행과 최 부총리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을 주축으로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리지 않고 통상 협상의 기본 틀을 잡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어렵게 통과된 추경을 조기에 집행해 실물경제 회복력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북한 도발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가 수시로 바뀌고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마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니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구상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가 새로운 안보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비상계엄 이후 4개월여간 정부 수반이 대통령-총리-경제부총리-총리-사회부총리로 바뀌었다. 초유의 국정 혼란은 외부 공격도, 천재지변도 아니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정치권이 자초한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정치 지도자들이 최소한 나라의 어려움을 더하는 일만큼은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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