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13% 하락했는데, 그룹 총수는 동반 급락한 모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썼다. 한마디로 세금을 줄이려고,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증여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본적 사실관계부터 어긋난다. 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3월 21일) ㈜한화가 12.53% 하락한 것은 맞다. 그러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제 발표한 ㈜한화 지분(11.32%) 증여 세금은 이날 주가 기준으로 매겨지지 않는다. 증여 개시일인 4월 30일 전후 각각 2개월인 3, 4, 5, 6월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최근 3년간 2만~3만원대에 머물던 ㈜한화 주가는 지난달 5만원을 넘어설 만큼 급등했다. 절세만 생각한다면 이 시점에 증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유상증자에 앞서 에어로스페이스는 김 회장의 첫째 아들 김동관 부회장이 지배하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7.3%)을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한화오션의 원활한 수주에 필요한 신용도 상향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에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증여로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억측임이 드러났다. 증권가가 우려하던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도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증여로 한화의 승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폭주 시대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로 꼽히는 조선과 방산을 갖춘 그룹이 한화다. 온 나라가 밀어줘도 부족할 판에 유력 정치인이 정상적인 투자금 마련과 승계까지 이렇게 꼬투리를 잡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대표는 한화 사례를 들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적절치 않은 비유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